2014년 도시철도용 열차제어시스템(KRTCS-1) 독자 기술 개발국제 표준, 실적 평가, 입찰 방식 등 국토부 오락가락 정책 논란삼성SDS-포스코ICT 등 주요 SI 업체 피해 감수"반쪽짜리 KRTCS 정책 그쳐... 450억 혈세 낭비"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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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도시설공단
    정부의 '도시철도용 무선통신기반 열차제어시스템(KRTCS-1)'이 수년째 상용화에 다다르지 못하면서 SI 업체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일산선 시범사업을 둘러싼 입찰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2010년 국책 과제로 '한국형 무선통신기반 열차제어시스템(KRTCS·Korea Train Control System)' 개발 로드맵을 세웠다. KRTCS는 도시철도용 KRTCS-1(1단계), 일반‧고속철도용 KRTCS-2(2, 3단계)로 각각 나눠 진행됐다. 

    1단계 사업인 도시철도용 KRTCS-1에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중심으로 현대로템, LS산전, 포스코ICT-삼성SDS 등이 작업에 참여했다. 이들은 3년간 4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끝에 2014년 시속 150km급 KRTCS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개발된 KRTCS는 세계 최초 철도통합무선망(LTE-R)이 적용됐으며, 광역철도, 도시철도, 경량철도 무인·자동·수동 운전에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특히 국제공인 최고안전등급인 SIL-4 인증까지 획득한 데다가, 대불선 대불-일로역 구간에서 상호 운영성도 마치면서 KRTCS-1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1년뒤 국토부가 KRTCS-1 사업을 종료하고 2단계부터는 유럽 열차제어시스템(ETCS)을 개발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번지기 시작했다. 당시 국토부와 철도시설공단 등은 1단계에서 개발한 LTE-R 기반의 KRTCS는 국제 표준이 아니라는 이유로 근거로 들며 ETCS 개발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국토부의 오락가락한 입장에 KRTCS-1 사업은 6년간 방치되면서 포스코ICT-삼성SDS는 해당 사업에서 철수, 에스트래픽이라는 교통솔루션 전문업체로 이관됐다. 2018년 광주 2호선 입찰에서도 KRTCS-1 업체들은 실적 미달로 떨어지며 고배를 마셨다.

    특히 조만간 시범사업을 개시하는 일산선 대화-백석 구간에서도 잡음이 나오면서 KRTCS-1 기술이 채택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당 시범사업에 KRTCS-1 업체들(에스트래픽, 현대로템)이 아닌 광주 2호선 입찰에 참가했던 KRTCS-2 업체들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일산선 노후 신호시스템 개량사업의 발주를 맡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진다. 한국철도공사는 철도 운행의 안정성 보장을 위한 '실적 보유'를 규정으로 두고 있어 실적이 없는 KRTCS-1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애매한 입찰 기준으로 KRTCS 1단계에 해당하는 업체들을 외면, 사장(死藏)시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45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KRTCS-1 독자 기술을 활용하지 못할 경우 애꿎은 혈세만 낭비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국토부가 주장하는 ETCS 기반의 기술이 유럽 6개 기업에 국한된 독점 기술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세계 최초로 만든 LTE-R 기반의 KRTCS-1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한국형 기술이라는 본래 취지에 부합하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KRTCS 사업에 참여했던 업계 관계자는 "KRTCS-1 업체들은 KRS 규격으로 표준화한 기술을 기반으로 안정성과 운영성을 마쳤다"며 "국토부는 KRTCS-2 업체에 자격을 줄 것이 아니라 KRTCS-1 업체간 상호호환성 과제로 공정한 평가를 하는 명확한 가이드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