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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국회서 폐기됐던 '데이터센터(IDC) 규제법'의 재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가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공룡 IT 기업들이 국내 시장서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는 가운데, 해당 규제로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 여전하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데이터센터·클라우드규제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의 입법화를 재추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IDC 규제법 재추진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난 국회서 제기됐던 내용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법은 민간이 운영하는 인터넷데이터센터를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에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 법안 규제 대상은 기존 방송통신사업자인데, 네이버 등 민간 IDC 운영 사업자를 규제 대상에 넣자는 것이다.
본 법안은 지난 2018년 KT 아현 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 사건을 계기로 발의됐다. 기존 지상파 방송사와 주요 통신사에 집중된 재난관리 대책을 민간 데이터센터 사업자까지 확대, 재난 발생시 데이터 소실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 20대 국회 법사위서 '이중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며 개정안 통과가 불발됐다.
현재 국내 대형 IDC의 경우 정보통신기반보호법에 따라 '주요 정보통신시설'로 지정돼 관리를 받고 있다. 이에 IDC의 재난대비계획 수립과 관리가 필요하다면 보호법이나 혹은 정보통신망법 등에 따라 규율하면 된다는 주장이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 역시 해당 개정안에 대해 지속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인기협 측은 "IDC는 법에서 정의하는 사회기반시설로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부가통신사업자들의 서버들을 한곳에 모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시설이다. 기간통신설비 또는 방송설비와는 달리 인터넷 제공을 위한 필수시설에 해당하지 않고, IDC 운영을 희망하는 사업자에게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신고절차 외 특별한 제한이 없는 점을 비춰볼 때 방송통신시설 등에 데이터센터를 포함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 등의 규정에 따라 재난에 대비한 보호조치 등이 이미 이뤄지고 있어 불필요한 중복 규제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인기협은 이번 정부의 IDC 규제법 재추진에 유감을 표하고 있는 모양새다. 아직 성명서 등 반대 움직임을 계획하고 있지 않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기협 관계자는 "기존 규제법이 업계 체계에 맞지 않다고 지속 의견을 내왔다. 이번에 재추진되는 규제법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지 지켜볼 것"이라며 "만약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면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고, 또 다른 방향이라고 한다면 검토를 통해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의견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중규제 등 법사위에서 지적한 내용 등이 반영된다 하더라도 결국 IDC를 운영하는 기업들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해당 규제법을 재추진함에 있어 업계에 납득할만한 명확한 당위성 등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정부 자체적으로 관련 개정안을 재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재산권 침해 논란과 해외 클라우드 기업 대비 경쟁력 약화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기업 대상 직접 정부에서 감독권과 조사권을 가진다면 재산권 침해 이슈가 일 수 있다"며 "카카오 등 클라우드 사업에 뛰어들며 IDC 건립을 검토 중인 기업들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온적 움직임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입법화 과정에서 업계의 반발로 시장 혼란이 또다시 야기될까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송준화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팀장은 "정부에서 IDC를 규제하려는 이유로 고객, 장비, 서비스 등에 대한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해당 손해에 대한 것은 이미 서비스 규정이 맺어져 있어 만약 사고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민간 자율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피해보상 규정들이 다 만들어져 있다. 추가적 사전적 규제는 불필요하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디지털뉴딜을 주창하고 있지만, 또다른 한편에선 뉴딜을 하기 위한 기반 설비에 규제를 가하려는 모습이 정책적 엇박자를 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