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파·bhc 실적 악화 … 단기 이익 중심 경영 논란MBK의 무분별한 확장 …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사모펀드의 단기 이익 추구 … 규제 필요성 대두
  • MBK파트너스(MBK)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가 유통업계로 확산되면서 산업 전반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MBK는 홈플러스, 네파, bhc(현 다이닝브랜즈그룹) 등 주요 유통기업을 인수하며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그러나 최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서면서 MBK가 인수한 다른 유통기업들도 비슷한 경영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제2, 제3의 홈플러스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MBK가 네파를 인수한 후 2023년 적자로 전환됐으며, bhc 등 여러 기업을 인수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알짜 자산을 매각하거나 구조 조정을 단행한 후 매각을 추진해왔다"면서 "노동자와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김병주 MBK 회장은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사람이 됐다"며 "이것이 MBK의 실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전날 정무위가 공개한 김 회장의 재산은 2023년 기준 12조8000억원에 달했다.

    MBK는 2013년 특수목적법인(SPC) 티비홀딩스를 설립해 약 1조원에 네파를 인수했다. 그러나 이후 네파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네파의 연매출은 2013년 4703억원에서 2023년 3136억원으로 감소했다. 순이익도 같은 기간 1052억원에서 -105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아웃도어 시장 위축이 영향을 미친 가운데, MBK가 네파 인수를 위해 설립한 티비홀딩스를 합병하면서 발생한 차입 부담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로 인해 매년 200억~300억원대의 이자 부담이 네파에 고스란히 전가됐다.

    bhc 역시 MBK의 경영 하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게 가맹 계약 해지와 물품 공급 중단 등의 이유로 3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MBK가 bhc를 인수한 이후 프라이드치킨 가격을 33.3%, 뿌링클 콤보 가격을 28.8% 인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강 의원은 이에 대해 "치킨값을 올리면서 수익을 추구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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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K의 확장 전략이 유통업계를 넘어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2022년 MBK는 가구 및 인테리어업체 모던하우스를 매물로 내놨으나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철회한 바 있다. 최근에는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부 인수를 위한 협상을 본격화했으며 고려아연이 한화 주식 처분으로 손해를 끼쳤다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MBK의 경영진 전문성 문제 등 경영 방식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전날 전체회의에서 "MBK가 여러 업종을 무분별하게 인수하는데 경영 철학이나 노하우가 보이지 않는다"며 "MBK가 홈플러스 인수 이후 임명한 경영진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광일 MBK 부회장은 "모두 전문적인 경영진"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MBK처럼 사모펀드는 기본적으로 단기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는 경영 방식을 선호한다. 이에 따라 경영 악화 시 대량 해고와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수익 극대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통해 "도덕적이지 않은 약탈적 기업 사냥꾼의 행태를 보인 MBK는 대한민국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MBK가 핵심자산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급급할 뿐 회사 발전이나 정상화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내재된 자산을 처분해 전주(錢主)의 이익을 극대화할 생각에만 골몰했다"고 주장했다.

    한 경제 전문가는 "MBK의 확장 전략은 경영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를 위해 적절한 규제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