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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외국으로 빼돌린 43개 다국적기업이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조사대상은 국내 소득·재산을 외국으로 빼돌린후 비밀계좌에 은닉하거나 편법 증여하는 등 역외탈세를 시도한 기업들이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27일 “언택트 수요 확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과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해외명품업계 등의 일부 다국적기업들이 국내에서 거둔 막대한 소득을 정당하게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외국으로 이전한 혐의가 포착됐다”며 “과세주권을 지키고 국부를 유출하는 역외탈세 행위의 엄단을 위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사대상 주요 탈루유형은 과세당국의 눈을 피해 스위스, 홍콩 등 금융정보에 대한 접근이 어려웠던 지역에 개설한 비밀 계좌에 금융 자산을 은닉하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자 7명이 포함됐다.
또한 국적 쇼핑, 인위적인 국내 체류 일수 조작 등의 수법으로 본인 또는 가족을 비거주자로 위장하고 편법 증여·소득 탈루 등 납세의무를 회피한 혐의가 있는 자산가 6명과 해외현지법인 또는 사주 소유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법인자금을 유출한 혐의가 있는 사업자 9명도 검증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 언택트 경제의 확대 등으로 최근 국내에서 막대한 소득을 벌어들이고 있으면서도,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고 외국으로 소득을 이전한 혐의가 있는 다국적기업 대표 21명 등이다.
이 들의 탈루수법을 보면 국내에서 약품 제조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주가 국외관계사에 핵심기술을 무상제공하고 제품을 저가에 판매하는 방법으로 국내에 귀속될 소득을 일단 국외로 이전한 뒤 국외관계사가 해당 자금을 또 다른 외국에 소재하는 사주 소유 페이퍼컴퍼니에 컨설팅료·중개수수료로 지급한 것으로 위장해 재차 유출하고 사주 명의의 스위스 비밀계좌에 수백억을 은닉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거주자인 내국법인의 사주는 외국 영주권자 신분을 이용해 외국의 본인 계좌에 수십억 원을 송금. 외국에서 배우자와 자녀가 자금을 인출, 미국 비벌리 힐스·라스베이거스 고급주택을 매입하는가 하면, 일부 자금은 국내로 다시 들여와 한강변의 20억 원대 아파트를 구입하는 등 사주의 재산을 해외에서 배우자 및 자녀에게 편법 증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용 자재를 수출하는 내국법인은 수년 전부터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수출이 크게 증가하자, 사주의 친척 명의로 조세회피처에 우편함 회사를 설립 한 뒤, 거래과정에 끼워 넣고, 일단 저가로 수출한 후 우편함 회사가 이를 다시 판매하는 것으로 위장해 역외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온라인 플랫폼(platform)을 운영 중인 다국적기업의 국내 자회사는 지난 수년간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최근에도 상품 주문량이 급증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특별한 경영자문 용역을 제공하지도 않은 외국 모법인에게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수백억 원을 지급하는 수법을 통해 국내 자회사는 적자를 내게해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도록 하면서, 외국 모법인은 허위 용역대가를 받게해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을 세금납부 없이 국외로 이전하는 것으로 상황이다.
문제는 유명 명품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다국적기업의 국내자회사는 백화점·면세점 등의 판매 호조로 매출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정당한 세금납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악용 해당 기업은 한국 시장에서 자사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게 유지되자 지속적으로 여러 차례 가격을 올려 판매하면서도 국내에 내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외국 본사에서 수입하는 제품 가격 역시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는 수법으로 국내 영업이익률을 낮추고 국내에 귀속될 이익을 부당하게 국외로 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광현 조사국장은 “국내외 정보망을 적극 활용해 역외탈세 조사대상자 본인은 물론, 탈루혐의가 있는 가족 및 관련 법인까지 철저하게 검증하도록 하겠다”며 “조사과정에서이중계약서 작성, 차명계좌 이용 등 고의적인 세금포탈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최대 60%의 가산세를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