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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이어 경기도도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에 나선다. 투기수요가 많은 외국인·법인 대상으로만 한정적으로 적용한다지만 시장 왜곡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투기억제 정책이란 미명 하에 규제로만 일관해온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맥을 같이 하는 '옥상옥 규제'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기도는 지난 3일 빠르면 10월 중 투기우려가 낮은 연천과 안성 등 경기도 일부지역을 제외한 도 주요 지역을 외국인·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1978년 토지거래하가제 도입 이후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 취해진 조치다. 그동안 정부 주도로만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됐을 뿐 지자체가 직접 나선 것은 처음이다.
토지거래허가제란 투기목적의 토지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지역을 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이 지역 안에서 토지거래계약을 할 경우 허가권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국토교통부 장관과 시·도지사가 지정할 수 있으며 허가권자는 시장·군수다.
경기도의 이번 조치는 외국인과 법인의 부동산거래가 급증한 가운데 이들이 취득한 부동산의 상당수가 업무용이나 실거주용이 아닌 투기목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이후 경기도 지역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되는 효과는 있지만 지나친 이중규제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미 경기도 내 대부분이 투기과열지구와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미 법인들과 다주택자들은 정부 규제로 인해 부동산 투자가 힘들어져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오히려 토지거래허가제로 인해 거래절벽, 전세품귀, 인근지역 풍선효과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불어 토지거래허가제를 통한 집값 안정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앞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실시된 서울 강남구 대치·청담·삼성동과 송파구 잠실동에서는 거래가 90% 넘게 급감했지만 직전 거래가의 3억~4억원 가량 뛴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해도 패닝바잉을 억제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부동산이 이슈화되지 않을 때는 정책효과가 나타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이 오히려 군중심리로 구매를 위해 몰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법인과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지정하는 것이 법 적용 관련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규제내용을 엄격하게 따질 경우 기본권 침해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형평성 측면에서 시비가 붙는다면 법리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