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따라 -2.3~-5.5% 하락 전망, 외환위기·대공황급 충격정부·OECD 2차 확산세 未반영…수출·소비·고용 全분야 불황
  •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최대 -5.5%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국내 경제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1.0%보다 훨씬 비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7일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 분석: 제2차 대유행 점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단기간의 성장률 감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성장경로 자체가 변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규모에 따른 2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 성장률을 전망했다. 지난 7, 8월의 감염자수가 3분기에도 유지된다는 시나리오1의 경우 -2.3%,  9월 감염자 확산으로 감염자가 25% 증가하는 시나리오2는 -5.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한국외에도 7개 지역(한국, 미국, 일본, 중국, EU·영국, 인도, 동남아시아, 기타)에 대한 성장률 전망도 분석했는데 시나리오1에서 유럽 –10.5%, 미국 –6.2%, 일본 –4.4%, 아시아 –0.9%, 중국 1.5% 순으로 나타났다.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의 감염이 확산될 경우 –5.1% 성장률을 기록한 외환위기 이상의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2분기 연속 성장률 하락, 강화된 거리두기…-1%대 성장 어려워

    정부는 지난 6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설정한 올해 0.1%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아직 공식 수정하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1.0%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최근 보고서에서 각각 -1.3%와 -1.1%로 예상했다. OECD나 ADB의 전망치도 이같은 정부 전망을 유력하게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예상 이상으로 큰폭 하락한 성장률 실적과 지난달 19일부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실제 성장률은 정부 예상치보다 크게 하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성장률은 -1.3%, 2분기는 -3.2%로 2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추세대로 정부 예상치인 -1.0% 내외를 달성하려면 3분기와 4분기 평균 1.8% 안팎의 성장률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수도권 2차 확산세가 거세지며 지난달 30일부터 2주간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성장률 주요 축인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하반기 경기반등은 불투명한 상태다.

    한경연은 현재의 확산세가 이달까지 유지되다가 점차 완화되는 시나리오1의 경우 3분기 성장률은 0.07%로 플러스로 전환되고 4분기에 2.1%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1·2분기 감소폭을 상쇄하지 못해 연간 성장률은 –2.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시나리오 1은 한국은행이 지난달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직전 내놓은 비관적 전망수치 -2.2%와 유사하다. 다만 한국은행은 이 비관적 전망에서도 확산세가 계속 유지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는 상황은 반영하지 않았다.
  • ▲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2단계로 하향 조정된 지난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PC방이 찾는 고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박성원 사진기자
    ▲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2단계로 하향 조정된 지난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PC방이 찾는 고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박성원 사진기자
    사실상 3단계에 가까운 2.5단계 거리두기가 종료된 이후에도 PC방, 노래방 등 일부 업종에 대한 영업제한이 계속되는 현상황을 반영한 시나리오2는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

    한경연은 9월 감염자 확산으로 감염자가 25% 증가하는 시나리오2의 경우 3분기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다가 4분기부터 반등하지만 연간 성장률은 –5.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경우 내년 1분기 2.6%, 2분기 3.4% 등 빠르게 반등해 연간 성장률이 9.8%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사회적거리두기 등 감염병 확산억제정책을 강하게 추진할수록 경기침체는 더 심화되고 더 오래 지속되지만 감염병 종식이후 경기가 훨씬 큰폭으로 반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윤경 한경연 연구위원은 "코로나19의 경험이 미래 팬데믹 대응전략과 체계의 수립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신종플루 이후 2011년 국가전략을 수립한 영국과 같은 국가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