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발생 우려 속 원인 규명은 '아직'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 획득 불발 타지역 확산 시 수출 차질·소비심리 위축 전문가 "철저한 백신 접종·차단 방역 必"
  • ▲ 지난 16일 전남 무안군 일로읍 소재 구제역 발생 소 사육농장에서 방역 당국이 출입 통제선을 설치, 소독을 준비하고 있다.ⓒ뉴시스
    ▲ 지난 16일 전남 무안군 일로읍 소재 구제역 발생 소 사육농장에서 방역 당국이 출입 통제선을 설치, 소독을 준비하고 있다.ⓒ뉴시스
    그동안 구제역 청정지역을 유지해온 전남지역에서 구제역이 확산세다. 전남 영암에 이어 무안 한우 농장에서도 구제역이 확인되며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농장에서 구제역 발생은 2023년 5월 이후 1년 10개월 만으로, 정부의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 획득'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17일 구제역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현재 전남에서 영암군 4건, 무안군 1건 등 총 5건의 구제역이 발생했다. 

    지난 13일 영암군 한 한우농가에서 전남 지역 최초로 구제역이 확진된데 이어 지난 14일 영암군 다른 농장 3곳에서 구제역 발생이 추가로 확인됐다. 지난 15일에는 첫 발병 농가에서 18km 떨어진 무안군 한 한우농장까지 번졌다. 구제역 감염원을 위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나 아직 정확한 발생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무안 농장의 경우 예방접종까지 완료했는데도 구제역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구제역이 이미 다른 지역으로까지 퍼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인한 한우 살처분 마릿수는 현재까지 259마리다. 

    구제역 발생으로 현재까지 심각단계가 발령된 시군은 영암, 무안을 포함해 나주, 화순, 장흥, 강진, 해남, 목포, 함평, 신안까지 총 10곳이다. 그 밖의 시도와 시군은 주의 단계를 유지했다. 

    구제역 확산 차단을 위해 전남 우제류 사육 농장과 축산시설, 축산차량에 대해 이날 오후 10시까지 36시간 동안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하고 가용한 모든 소독 자원을 투입해 소독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수본은 구제역 확산 차단에 백신 접종이 가장 중요한만큼 상반기 일제 접종을 앞당겨 전남지역 전체 우제류(소·염소·돼지 등)와 전국 소·염소에 대한 일제 접종을 오는 22일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무안군에 중앙기동방역기구 전문가 3명을 파견해 현장 방역 상황을 관리하고 전국 우제류 농장을 대상으로 임상·전화 예찰과 취약 시설 집중 소독을 추진한다. 

    구제역 발생으로 전남도의 한우 수출은 중단된 상태다. 한국이 위생·검역(SPS) 협정을 맺어 한우를 수출할 수 있는 국가는 홍콩, 캄보디아, 마카오, 아랍에미트(UAE), 말레이시아 등 5개국이다. 구제역 발생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지역화 협정 원칙에 따라 캄보디아를 제외한 국가들은 전남 이외 지역에서 사육·도축한 한우 수출이 가능하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로선 한우 수출에 큰 지장이 없고, 구제역 발생으로 인한 한우 살처분 마릿수도 전체 한우(334만마리) 사육 마릿수의 0.006%에 그쳐 수급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문제는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다. 2010년 전국을 휩씬 구제역 파동으로 350만마리의 소·돼지가 살처분되는 등 3조원의 피해를 입으며 축산농가를 초토화시켰다. 이에 1년 10개월만의 구제역 발생에 또다시 구제역 악몽이 되풀이될까 한우농가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또 백신접종 후 2년간 구제역 발생이 없으면 획득하는 청정국 지위도 현재로선 불투명해졌다.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 회복을 통한 한우 신규 수출 계획도 브레이크가 걸리게 됐다. 수출을 통한 새 판로 개척은 최근 소비심리가 위축된 한우고기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서영석 전국한우협회 정책국장은 "백신접종 등을 앞당기고 있어 과거처럼 구제역이 계속 확산하지는 않으리라고 보지만 예단하기 어렵고, 만일 전남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면 홍콩 등 해외서 요구하는 물량을 맞추기가 어려워지는 등 수출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국내 정세, 경기, 환율 등 복합 요인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자칫 한우 소비가 더 위축될까 농가들이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구제역이 현재보다 확산세를 보이면 축산물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우농가 구제역 확산 시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로 한우 수요가 하락하고 돼지고기로 수요가 몰릴 수 있어서다. 2010년 구제역 파동 당시 돼지가격 가격 인상률은 40% 이상 폭등한 바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월(2.2%)보다 낮아진 2.0%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농축산물 물가는 0.6% 축산물은 3.8% 상승했다. 농식품부는 가축전염병 방역관리를 강화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유한상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해동기 때 소들도 이동이 많고 지난해 9~10월 구제역 백신 접종이 이뤄졌기 때문에 항체율이 낮아진 개체들이 있을 수 있는 등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며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항체가 생겨 방어력이 형성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해당 기간 차단방역을 철저히 병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