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금리인하→토허제 해제에…대출 늘고 집값 상승토허제 해제 후 '잠삼대청' 거래 72% 증가…신고가 거래도"상급지 수요자에게 규제 영향 적어…서울 외곽·지방만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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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파구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정부와 금융당국이 엇갈린 정책을 추진하는 탓에 부동산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관리하면서 부동산 경기 회복까지 챙기려다 보니 부동산·금융정책이 갈 지(之)자가 된 것이다. 특히 서울시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이후 집값 상승 기대감에 대출수요가 불붙은 가운데 금리 인하까지 맞물리면서 집값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18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2월중 가게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4조3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1월 9000억원 감소했다가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5조원 증가하며 지난해 10월(5조5000억원) 이후 넉달 만에 가장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이는 봄 이사철을 앞두고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 수요가 늘었고 은행권 대출문턱이 낮아진 영향이 크다. 올해 초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나서면서 대출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했다.시중은행들은 지난달부터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줄줄이 0.1~0.3%포인트(p) 인하했다. 여기에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연 2.75%로 결정하면서 대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실제로 지난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전후로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27일 가계대출 잔액은 736조 2772억원으로 1월 말보다 2조 6184억원 늘었다.문제는 정부의 엇박자 정책이 가계대출 수요를 더 자극하고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당국은 올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1~2% 수준으로 제한하고 향후 1억원 미만이나 중도금·이주비 대출을 실행할 때도 소득심사를 까다롭게 한단 방침이다.다만 기준금리 인하에 시장금리는 내려가고 있어 당국의 가산금리 인하와 겹치면 대출금리는 추가로 더 내려갈 가능성이 지배적이고 오는 7월로 예정된 스트레스 총부채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를 앞두고 대출을 받아야 한단 인식까지 퍼진 상황이다.금리는 하락하는데 강남권을 중심으로 토허제 해제에 영향으로 집값은 꿈틀대고 하반기부턴 대출 받기가 어려워지니 대출 수요가 폭증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전형적인 감독 실패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실제 서울아파트 거래량은 금리인하와 토허제 해제 이후 많이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가 지난 16일 배포한 자료를 보면 잠삼대청 지역의 규제 해제 후 30일간 아파트 거래량은 184건으로 집계됐다.이는 규제 해제 이전 같은 기간(107건)과 비교해 71.9% 증가한 것이다. 평균 매매가격도 해제 후 30일간 전용 84㎡ 기준 27억원으로 규제 해제 전 30일간(26억3000만원)보다 2.7% 상승했다. -
- ▲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단지 부근 부동산 시세표ⓒ연합뉴스
토허제 해제 이후 일부 단지에서 신고가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은 지난달 30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또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59㎡ 역시 24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종전 신고가를 넘어섰다.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3㎡ 또한 올해 초 대비 4억원 상승한 45억원에 거래됐다.송파구 잠실동 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은행권 금리가 낮아졌고 여기에 지난달 기준금리까지 낮아지면서 대출을 받아 이사하려는 수요가 실제로 늘었다"며 "7월 DSR규제가 강화되기 전 대출받아 이사하려했던 움직임이 있었는데 여기에 토허제까지 해제되면서 시장에 수요가 많아진 상황이다"고 설명했다.대치동 인근 P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솔직히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다"며 "정부가 대출규제에 나서면서 반대로 금리는 내리고 토허제를 해제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는 하반기 전 타이밍을 잡자는 움직임이 커서 오히려 상반기 집값 상승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당분간 강남3구 등 상급지의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수요자들이 상급지로 몰려들고 있어 여파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김인만 경제부동산연구소장은 "금리 인하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맞물려 서울 강남 일대는 거래가 늘면서 상승세가 뚜렷하다"며 "강남 집값 잡겠다고 규제를 강화하면 오히려 서울 외곽지역이나 지방의 집값이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초고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은 자산이 풍부한 수요자가 대부분이라 규제 영향이 적다"며 "소득이 적은 서민이 사는 외곽지역의 경우 DSR 규제 여파가 보다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