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사손보, 자보 편중‧낮은 수익성…카카오‧금융지주 예비입찰 불참신창재 회장 FI와 법적 분쟁 상태…논바인딩 방식 매각 철회 부담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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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보생명
    악사손해보험의 예비입찰에 예상과 달리 교보생명만 참여했다. 교보생명도 최근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간 법적 분쟁으로 최종 완주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21일 투자업계(IB)에 따르면 지난 18일 열린 악사손보 예비입찰에 교보생명만 입찰에 참여했다. 매각 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 카카오페이, 신한금융, 우리금융 등은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최종 의사를 밝혔다. 

    악사손보의 흥행 참패에는 자동차보험으로 편중된 보험 포트폴리오와 수익성 대비 높은 인수 가격 조건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악사손보는 지난해 거둔 총 보험료 중 자동차보험 비중이 84.3%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4.8%로, 손익분기점인 적정손해율(78~80%)를 크게 웃돌았다. 이로 인해 지난해 영업손실은 38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으며, 당기순손실도 369억원 발생했다.

    여기에 시장에선 수익성 개선을 위해선 1813명(20년 3월 기준)에 달하는 임직원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올 상반기 출범한 하나손해보험과 지난해 사모펀드로 매각 완료한 롯데손해보험도 인수 후 노조와 갈등을 해결하고자 5년간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고용안정보장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악사손보 노조 또한 지난 18일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용안정보장협약’ 체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로 인해 최종 매각가는 악사손보가 희망으로 제시한 3000억원 수준에는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적정 평가 수준인 PBR 0.7~0.8배(1600억원~2000억원)에서 최종 매각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생명의 경우 온라인 생보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이번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교보생명이 악사손보를 인수한다면, 하나손보와 같이 빠른 시일 내 디지털손보사 전환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지난 2007년 악사손해보험에 ‘교보자동차보험’을 매각한 바 있다. 이번 인수가 성공한다면 13년 만에 다시 교보생명그룹 품으로 돌아와 그 의미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높은 매각가는 여전히 변수다. 교보생명이 13년 전 매각할 당시 금액은 약 1000억원으로, 시장적정가격에 인수하더라도 2배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해야만 한다. 

    현재 신창재 회장은 IPO(주식상장)를 앞두고, FI 간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계약으로 법적 분쟁을 진행하고 있다. FI는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중재 절차를 진행한 상태며, 신 회장측과 FI와의 풋옵션 가격 격차는 8000억원에 달한다.   

    또한 악사손보가 진행 중인 예비입찰도 ‘논바인딩(non-binding)’ 방식이라 부담이 적은 편이다. 논 바인딩 방식의 경우 인수 이후 법적 구속력이 없어 매수 의사가 없어도 기업 정보를 얻기 위해 입찰에 참여하는 회사들이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교보생명이 악사손보를 최종 인수 여부를 평가하기에는 다양한 변수로 인해 아직까진 섣불리 판단하긴 이르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