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후 서울 정비사업물량 대폭 감소부산 남구 대연8구역 등 지방 정비사업에 몰려든 대형 건설사이주비, 조합 사업비 무이자 지원 등 파격제안 혼탁 양상
  • ▲ 부산 해운대 도시정비사업 모습.ⓒ연합뉴스
    ▲ 부산 해운대 도시정비사업 모습.ⓒ연합뉴스

    최근 지방 정비사업 시장이 대형 건설사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 지난 7월말 본격 시행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영향으로 서울 등 수도권의 정비사업 물량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수천억대의 정비사업 물량을 따내기 위해 조합 사업비 무이자 지원 등 불법 소지가 있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나오면서 혼탁한 수주전이 펼쳐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부산 남구 대연8구역 재개발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서를 받은 결과, 포스코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 컨소시엄이 참여해 2파전으로 압축됐다.

    대연8구역 재개발은 남구 대연동 1173번지 일원에 아파트 3530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공사비만 약 8000억원 규모로 올해 하반기 최대 규모 정비사업으로 꼽힌다.

    앞서 시공사를 선정한 대전 대동4·8구역 재개발사업에서는 현대건설·HDC현산 컨소시엄이 따냈고 대구 앞산점보 재개발사업의 시공권도 롯데·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수주했다. 모두 시공능력평가순위 10위권내의 1군 건설사다.

    상반기만 해도 대형 건설사들은 주력 시장인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맞붙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여파로 서울 물량이 대폭 줄면서 지방 정비사업 시장에 뛰어든 대형 건설사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9월은 통상 분양 성수기로 꼽히지만 이달 말까지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물량은 단 '1가구'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 입주자모집공고를 마쳐 상한제 적용을 피한 단지였다.

    결국 수주물량을 채우기 위해 지방 정비사업에 뛰어든 대형 건설사들은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조합 역시 지역업체의 입찰참여를 독려하기보다는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경쟁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건설사들이 수주를 위해 조합원들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부산 대연8구역 재개발의 경우 포스코건설과 HDC현산·롯데건설 사업단은 모두 이주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100% 지원, 조합 사업비 무이자 지원, 사업촉진비 마련, 일반분양가 대비 절반 수준의 조합원 분양가 보장, 조합원 분담금 납부 유예 등을 제안했다.

    여기에 포스코건설은 미분양 100% 대물 변제, HDC현산·롯데건설은 후분양 등 골든타임제 분양 등을 추가로 제시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대형사들의 경쟁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정비사업 업무처리기준에 따르면 시공사는 시공능력이 아닌 금전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조합 사업비 무이자 지원 등은 이를 위반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연8구역은 하반기 최대 사업지로 꼽히는 만큼 입찰 전부터 경쟁사간 비방으로 시끄럽다"며 "최근 정비사업 물량이 대폭 준 만큼 건설사 입장에선 어떻게든 따내야하기 때문에 출혈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