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국형 반도체법 제시10조+알파... 보조금 대신 금융지원+세액공제소부장에 중점... 삼성·SK 핵심 분야 지원은 빠져쩐의 전쟁 필수인 파운드리 지원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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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10조 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키로 한 것을 두고 반도체업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나 팹리스(반도체 설계) 분야 지원이 절실한 것은 맞지만 메모리 반도체나 파운드리 등 핵심 분야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는 점이 지적된다.정부는 지난 10일 경기도 화성시 소재 반도체 장비업체를 찾아 반도체 수출기업 간담회를 갖고 10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조성해 반도체 소부장 기업과 팹리스, 제조시설, 연구개발(R&D) 분야에 간접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반도체 산업 중 취약점으로 꼽히는 반도체 후공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10조 원 규모의 지원은 재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산업은행의 정책금융이나 민간과 정책금융의 공동출자로 조성된 펀드 등을 통해 이뤄지는 방식이 유력하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채권 발행을 통해 조성하는 첨단산업 기금형태는 아니라고 설명하고 향후 경제이슈점검회의 등을 통해 재원조달 방식 등 이번 지원 내용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올해 일몰을 맞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도 연장을 추진한다. K칩스법은 반도체와 2차전지, 전기차 등 국가전략기술 산업 분야에서 시설에 투자하면 15~25% 세금을 돌려주는 제도로, 이번에 추가적으로 3년 더 이를 연장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이처럼 국내에서도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각가지 지원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진 산업 현장에선 "턱 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 정부의 재정적 한계는 이해하지만 금융지원이나 세제지원 정도에만 그친 반도체 지원법이 어느 수준까지 기업들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이미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에도 크게 뒤늦게 반도체 산업 지원에 나선 정부가 전 세계적으로 패권 전쟁으로까지 확산된 반도체 산업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계에서 반도체 산업 부활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일본까지 국내보다 최소 6배 넘는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상황"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일찌감치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시장을 선점해놓은 것에 안심하고 다른 나라들처럼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국내에서의 여론과 정치권 분위기를 의식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을 지원하는데 주저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이 쏟아진다. 미국이 세계 첨단 반도체 생산의 20%를 차지하겠다는 목표 아래 향후 5년 간 70조 원이 넘는 지원을 핵심 반도체 대기업에 몰아줘 빠른 효과를 내려는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특히 대규모 선제적인 투자가 필수인 파운드리 산업에 대한 지원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선단 파운드리 공정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지만 그동안 이를 지원하는 정책은 거의 없었고 28나노미터(nm) 이상 파운드리 산업은 중국에 자리를 내주게 될 정도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전망이다.중국은 미국의 잇딴 반도체 산업 규제로 범용 반도체와 레거시 파운드리 시장으로 눈을 돌려 또 다시 막대한 투자를 퍼붓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올리겠다고 선언하고 SMIC 등 자국 파운드리 3사에 보조금을 몰아줘 올해까지 총 31개 라인을 증설한다는 계획도 구체화한 상황이다.미국과 일본, 중국까지 사실상 강대국들과의 반도체 '쩐의 전쟁'이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인 가운데 뒤늦게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을 두고 반도체업계의 불만과 우려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