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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앱 라이벌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사뭇 다른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쪽은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 다른 쪽은 국내집중을 선택했다. 엇갈린 행보 속에 어느쪽 전략이 성공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야놀자는 여가 플랫폼이자 트래블 테크라는 정체성을 뚜렷히 하며 해외진출을 선언했다. 반면 플랫폼 고도화를 내건 여기어때는 우선 국내에 몰두하고 있다.
아이러니컬한 건 두 회사의 대주주가 토종자본과 글로벌사모펀드로 서로 엇갈린다는 점이다.야놀자는 지난 1년간 모두 4건의 해외 기업 인수 및 투자, 제휴를 추진했다.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올해도 8월과 9월 말레이시아와 아프리카 IT 기업과 제휴를 맺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야놀자는 글로벌 1위 클라우드 기반 호스피탈리티 솔루션 기업 도약이라는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인도 IT 기업 '이지테크노시스' 인수가 그 출발이다.
2005년 설립된 이지테크노시스는 PMS(Property Management System, 호텔 자산관리 시스템) 및 CMS(채널 관리 시스템)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다. 예약, 객실 배정, 고객 피드백 확인, 로열티 시스템 관리 등 다양한 제품의 개발과 최신 기술의 도입으로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160개국 2만2000여 고객사에 60개 이상의 언어로 서비스를 지원하는 글로벌 2위 PMS 사업자이자 인도 1위의 호텔 기술 솔루션 기업이다.
이지테크노시스 인수로 주요 사업 경쟁력 강화와 해외시장, 신사업 개척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야놀자는 동남아시아 1위 이코노미 호텔 체인인 젠룸스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 젠룸스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폴, 태국 등 동남아 5개국에서 호텔 체인 및 온라인 예약 플랫폼을 운영중이다.
지난달에는 말레이시아 IT 기업 '비네트웍스'와 손잡고 동남아 호텔 객실 관리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달에는 이지테크노시스를 내세워 아프리카 1위 호텔 마케팅 기업 '호텔온라인'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호텔온라인은 예약 플랫폼 연동, 매출 관리 등 디지털 마케팅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케냐, 르완다 등 아프리카 22개 국가의 호텔 및 레스토랑 5000여 곳에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여가사업이 두 번째로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인 아프리카 진출의 길이 열린 셈이다.야놀자 관계자는 "지난해 인수한 이지테크노시스를 매개로 글로벌 B2C, B2B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며 "해외 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통해 호텔 시스템 시장 고도화에 앞장 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호텔 산업 자체가 굉장히 오래된 산업이지만 디지털 측면에서는 낙후되어 있다"며 "클라우드 기반 호텔 객실관리시스템(PMS)을 전 세계 호텔에 도입하는 등 디지털 전환을 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거침없는 야놀자의 글로벌 공략과 달리 여기어때는 국내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9월 글로벌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영국계 사모투자펀드운용사 CVC캐피탈이 새 주인이 된 후 이커머스 M&A 전문가로 불리는 최문석 대표까지 영입하면서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과는 전혀 다른 행보였다.
CVC캐피탈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자금력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코로나 우려가 더 컸기 때문이다.
대신 여기어때는 힐링·취향으로 바뀐 여행트렌드에 주목하며 색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
지난달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맛집 추천 플랫폼 망고플레이트를 인수했다. 망고플레이트는 국내 맛집 20만 곳, 사용자 리뷰 70만건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 에디터의 큐레이션과 빅데이터를 결합한 맛집 정보를 제공해 월간 200만명의 사용자(MAU)가 찾고 있다.여행-레저-맛집 트라이앵글 전략을 내세운 여기어때는 망고플레이트를 활용해 20대를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광고 허위리뷰에 금방 질리는 세대 특성을 감안해 AI알고리즘까지 갖췄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모두의 일상, 특히 여행을 소비하는 모습은 과거와는 완벽하게 다른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며 "20대가 숙소를 '잠시 머무르는 곳'이 아닌 '자신의 취향 따라 휴식을 누리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맛집과 숙소의 연결점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기어때의 선택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M&A 전문가는 "여기어때의 경우 향후 2년뒤 실적에 따라 매각금액을 지불하는 언아웃(Earn Out)구조가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MAU와 거래액 모두 증가세이긴 하지만 인수 당시 국내 여행을 집중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진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