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시가 표본조사 추진…두차례 무응찰로 유찰 "깜깜이 공시가격, 지역별로 들쭉날쭉…국회차원 논의"
  •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세종청사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 국토교통부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세종청사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 국토교통부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정확성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지자체 공시지가 현실성 검증시도를 무력화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5일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 차원으로 처음 시도된 '서울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및 균형성 분석을 위한 표본조사' 용역사업이 무응찰로 유찰돼 재차 사업계획을 변경해 추진했지만 입찰참가사가 없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이 과정에서 해당용역을 무산시키기 위한 국토부 압박이 드러나 정부가 공시가격 개선보다 권한지키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초 서울시는 공시가격이 시장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고 판단, 지난 7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및 균형성 분석을 위한 표본조사' 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박원순 전 시장이 올해초 '부동산 가격공시 지원센터'를 만들어 부동산 공시가격이 시세에 근접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에서 출발했다.

    특히 해당용역은 공시가격 결정체계 전반을 들여다보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첫 시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현재 표준공시가격 결정권한은 국토부에 있지만 공시가 형평성 문제 등으로 지자체마다 곤혹을 겪는 등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에 서울시가 공시가 현실화 수준과 균형성 실태검증에 나섰던 것이다.

    하지만 해당 용역사업이 2차공고까지 무응찰로 유찰되면서 서울시는 지난 8월 당초 사업계획을 변경했다. 초기 구상과는 다르게 조사대상을 개별토지 및 단독주택으로 한정하고 공동주택을 제외하는 등 개별부동산으로 사업을 대폭 축소해 재추진했다.

    김 의원이 확보한 '서울시 부동산 공시가격 표본조사 용역사업 변경계획'에 따르면 이러한 사업변경은 지자체 공시가 표본조사 용역에 대한 국토부 문제제기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서울시는 사업변경계획서에 조사자인 감정평가사들의 참여기피로 사업추진의 어려움이 생겨 사업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경사유를 적었다. 

    김 의원은 "주택가격 균형성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서울시는 공동주택을 빼가면서까지 국토부와의 마찰을 피하려한 정황이 드러났다"면서 "특히 서울시가 중소법인 감정평가사들의 공동수급계약(컨소시엄)까지 입찰공고문에 허용했음에도 감평법인 및 감평사들의 신청이 국토부와의 마찰 우려로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또 해당 용역사업이 무산된 것을 두고 "공시가격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공시가 산정과정 개선사항에 대한 충실한 연구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한데도 국토부는 현행과 같은 깜깜이 공시가격을 유지하려 한다"면서 "제도 전반을 점검하겠다는 지자체 의지마저 꺾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깜깜이 공시가격 추진으로 세금이 늘고 지역별 증가폭도 들쭉날쭉한 상황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국토부는 제도 전반을 점검하겠다는 지자체를 유무형으로 압박하고 있다"면서 "지자체 공시가격 정정 및 지역납세자 과세 산정근거 공개 등의 방안을 국회차원에서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