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4대 금융 신탁수수료수익 전년比 16%↓, 정부규제 발목펀드 수난시대 속 비이자이익 확대 절실, 신탁 통한 활로 모색 생전부터 사망까지 종합관리…고령화에 초점 둔 밀착형 신탁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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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정부의 규제 강화로 4대 금융지주사의 신탁 수수료 수익이 일제히 하락했다. 특정금전신탁 대표상품인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파생결합증권신탁(DLS), 주가연계신탁(ELT) 등 판매가 제한된 탓이다.
그럼에도 금융사들은 특정금전신탁 대신 고령인구 증가에 중점을 둔 생활밀착형 신탁상품을 선보이며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의 올 3분기 신탁 수수료 수익은 8562억원으로 전년동기(1조183억원) 대비 16% 급감했다.
신탁은 ‘믿고 맡긴다’는 뜻으로 고객이 은행, 증권 등 금융사에 주식, 채권, 예금, 부동산 등을 맡기면 해당 금융사가 운용‧관리‧처분해주는 일종의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다.
금융지주사의 신탁 수수료 수익이 모두 줄어든 이유는 금융당국의 규제 여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DLF 등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후속조치로 은행권의 DLS와 ELT 등을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하고 판매를 제한했다. ELT는 판매 총량도 제한했다. 이 상품 모두 대표 신탁상품들이다.
은행권에서 최근 신탁, 펀드, 변액보험 등 원금비보장 비예금 상품 판매 규제가 강화된 점도 신탁시장 위축을 불러왔다.
신탁 수수료 수익은 줄었지만 은행의 신탁 수탁액은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은행 신탁 수탁액은 509조7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7조5000억원(8%) 증가했다. 신탁 부문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ELT는 금융당국의 총량규제로 수탁액이 16.5% 줄었지만 퇴직연금신탁과 부동산담보신탁은 각각 14.9%, 14.2% 증가했다.
사모펀드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로 이자이익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신탁 등을 통한 비이자수익 확대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고객의 재산상황과 증여, 상속 등 고령인구 증가에 중점을 둔 맞춤형 비대면 신탁을 속속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자산관리, 생활, 상속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종합 솔루션 상품 'KB내생애(愛)신탁'을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을 가입하면 병에 걸릴 경우 사망시까지 자산을 관리해주는데 살아 있을 때는 특정금전신탁으로 재산을 굴려주고, 아플 경우 생활비‧의료비를 지급하며 사후에는 상속 업무를 대신해준다.
신한은행은 지난 20일부터 ELT와 2차전지ㆍ바이오ㆍ헬스케어 등의 상장지수펀드(ETF) 26종 상품에 대해 영상통화를 활용한 비대면 신탁 신규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영업점 창구에서 가입하는 신탁 상품 보수보다 0.2%포인트 낮춰 수수료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나은행은 공제 한도를 최대한 활용해 재산을 증여하고, 이를 장기 투자해 자녀의 재산 기반을 마련해주는 사전증여신탁을 운영중이다.
기업은행은 상조금을 기업은행에서 보관, 운용하고 언제든 중도해지 수수료 없이 해지할 수 있는 ‘IBK안심 상조신탁’을 선보였으며, 우리은행은 금 현물에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 KRX골드’를 내놓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앞다퉈 신탁상품을 쏟아내는 만큼 신탁 수수료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