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고문, 전자·화학 외 비주력 계열사 가져갈 듯LS·희성 등 장자 상속 후 계열 분리 전통 이어"기업가치 제고 위한 다각적인 방안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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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LG상사와 LG하우시스, 판토스 등을 거느리고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할 것으로 전해진다.

    구 고문은 고(故)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고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이다. 구광모 LG 회장이 지난 2018년 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LG 안팎에서는 끊임없이 구 고문의 계열 분리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이달 말 이사회를 열어 이같은 계열 분리안을 결정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구 고문은 LG 지주사인 ㈜LG 지분 7.72%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의 가치는 약 1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구 고문은 이 지분을 활용해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의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로 독립할 것으로 보인다.

    분리 대상인 LG상사, 판토스, LG하우시스 등의 매출은 LG그룹 전체 매출의 10% 안팎 수준이다.

    앞서 LG상사는 지난해 LG그룹 본사 건물인 여의도 LG트윈타워 지분을 ㈜LG에 팔고 LG광화문 빌딩으로 이전했다. 또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LG상사의 물류 자회사인 판토스 지분 19.9%도 매각하는 등 계열 분리 사전작업을 해왔다.

    구 고문이 상사를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에 나서는 것은 현재 LG그룹의 주력사업인 전자와 화학을 온전히 보존하면서 지배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직후에는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의 분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들 계열사는 LG전자의 미래 먹거리와 직결돼 있는 회사인 만큼 당시에도 계열 분리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현재 지주회사인 ㈜LG는 LG상사 지분 25%, LG하우시스 지분 34%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며 LG상사는 그룹의 해외 물류를 맡는 판토스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계열분리로 그간 LG전자와 화학 등 주요 고객과 판토스간 내부거래 비율이 60%에 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적이 돼온 자회사 일감몰아주기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전망이다.

    앞서도 구광모 회장 등 LG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물류계열사 판토스의 지분 19.9% 전량을 미래에셋대우에 매각한 바 있다.

    이번에 계열에서 분리할 LG상사의 시가총액은 7151억원, LG하우시스는 5856억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아 구 고문의 현재 지분 가치로 충분히 충당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계열분리 회사의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 LG 안팎에서는 반도체 설계 회사인 실리콘웍스와 화학 소재 제조사 LG MMA의 추가 분리 전망도 나온다.

    LG그룹이 이번에 계열분리를 결심한 데는 구광모 회장이 취임 3년을 맞으면서 시기적으로도 적당한 때가 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LG그룹은 지금까지 경영권 승계를 둘러싸고 형제 간 다툼이 발생한 적이 없다. 선대 회장이 별세하면 장남이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고, 동생들은 사업을 들고 나가 독립하는 전통이 이어져 왔다.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첫째 동생인 고 구철회씨 자녀들은 1999년 LG화재(현 LIG)를 들고 나갔다. 또 다른 동생들인 구태회·구평회·구두회씨는 2003년 계열 분리해 2005년 LS그룹을 만들었다. LS그룹은 출범 초기 3형제가 4:4:2로 경영권을 나누고 지금까지 이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2세대에서는 구인회 회장의 차남인 고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자녀들이 2006년 LG패션을 분사해 독립했고, 2014년 사명을 LF로 변경했다. 구인회 회장의 3남 구자학 회장은 2000년 1월 LG유통 식품 서비스 부문을 독립시켜 아워홈을 설립했다.

    3세대의 계열 분리는 이번 구본준 고문의 계열 분리로 완성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1996년 구자경 회장의 차남인 구본능 회장이 희성금속, 국제전선, 한국엥겔하드, 상농기업, 원광, 진광정기 등 6개사를 떼어 계열 분리하며 희성그룹을 만들었다.

    재계에서는 이번 계열분리를 끝으로 LG그룹의 추가 분리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 관계자는 이번 계열분리와 관련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나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