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최전선’ 지방의료원 역할 중요한데 정부·여당 ‘모른척’건보공단 연구소, 권역별 300병상 이상 공공병원 설립 필요성공공병원 300~500병상당 약 2000억원 예산이면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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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은 ‘병상부족’이다. 3차 대유행이 퍼지며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미 부산 등 일부 권역은 병상이 부족해 타 권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조마조마한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정부는 부랴부랴 병상을 확충하면서 이 문제를 풀어내려고 하지만 확진자가 연일 급증하며 중증환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만약 국내 의료체계상 충분한 중환자 병상을 갖추고 있었다면, 지금보다 수월한 방역망 가동이 이뤄질 수 있다. 현시점 공공병원 확충이 필요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최일선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기관은 대형병원이 아니라 지방의료원이기 때문이다.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의 역할이 비단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시점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4일 김정회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소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최전선을 지키고 있는 곳이 지방의료원이다. 여기서부터 본질적인 감염병 진료체계가 형성된다”라고 설명했다.그는 “그런데 특정 권역에서 환자를 받을 수 없어 타 권역으로 옮겨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역 내에서 감염병 환자를 받을 수 있는 충분한 병상이 필요하다. 공공병원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권역별로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급 지방의료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이 내용은 지난달 발간된 건강보험 연구소의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과 전략’ 연구보고서에도 담겼다.연구책임자인 김 연구위원은 “감염병 대응은 물론 고령화, 문케어 등에 부합하기 위해 공공병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이 긴박하므로 이 영역의 중요성을 인지해 공공병원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기대효과 등을 고려하면 예산 투입도 적절한 사업이라는 분석이다.실제 공공병원의 설립비용은 300~500병상당 약 2000억원 정도다. 운영비용은 기본적으로 건강보험 진료로 수입을 창출하므로 다른 사회간접자본과 비교해 비용이 크지 않다.그는 “공공의료기관 설립은 고속도로 4~7km, 어립이집 약 100개, 유치원 40~50개, 노인요양시설 약 30개 설립비용 수준이다. 과도한 예산이 아니라 충분히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병원 확충 예산, ‘생색내기’로 끝나지난 2일 내년도 정부 예산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지만, 공공병원 확충을 위한 설계예산은 15억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신축 예산은 없고 공공병원 증축을 위한 설계 예산뿐이다.정부와 여당은 4개 지방의료원에 약 100병상씩 400병상 정도를 증축하기 위한 설계비를 책정했다. 현재 공공의료기관 병상은 6만4000병상인데, 비율도 따지면 1%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현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던 보건의료 시민단체 및 공공기관 노동조합들도 등을 돌렸다.무상의료운동본부, 건보공단 노조, 심평원 노조 등 173개 단체는 “공공병상을 최소 30%까지는 늘려야 공공의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이런 절박한 요구를 완전히 무시하고 우롱하는 안을 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규탄했다.이들은 대전, 광주, 울산 같이 대도시임에도 공공병원이 없는 지자체를 포함해 17개 시도에 최소 2개씩 공공병원을 신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신·증축과 매입·공공화를 통해 향후 5년 간 약 4만병상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실제 여기에 드는 예산은 연간 2.5조원에 불과하다. ‘슈퍼예산’으로 불리는 내년도 558조원 예산의 극히 일부다.보건의료 시민단체 및 공공기관 노조는 “정부는 겨우 15억원을 생색내기로 내밀면서 감염병 등 보건위기 대응역량과 공공의료 강화 예산이 증액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지적했다.이어 “정부와 여당은 수차례 기회를 걷어차고 무관심과 의지 없음으로 일관하고 있다. 코로나19 추가 예산으로 공공병원 대폭 확충이 이뤄질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