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소폭 증산 합의 불구 수요 침체 정제마진 제자리10월 평균 CDU 가동률 71%…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실적 턴어라운드 '찬물'…그 어느 때 보다 추운 겨울 예고
  • ▲ 주유. ⓒ정상윤 기자
    ▲ 주유. ⓒ정상윤 기자
    정유업계가 그 어느 때 보다 추운 겨울을 보낼 전망이다. 개선되지 않는 정제마진과 지난해에 비해 20달러가량 낮아진 국제유가로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는 처지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실적 턴어라운드는 커녕 수요 회복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침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4사의 원유정제시설(CDU) 가동률은 10월 평균 71.6%로, 지난해 10월보다 3.04%p, 전월에 비해서는 0.5%p 떨어졌다. 1월 83.7%에서 10개월 만에 10%p 이상 낮아진 셈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저조로 정제마진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고육지책으로 정유사들이 가동률 조정에 나서며 30% 가까운 생산능력을 '셧다운' 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유사의 핵심시설인 정제시설의 가동률은 수익성과 직결된다. 올 들어 가동률을 지속적으로 낮춘 정유사들의 실적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정유4사는 상반기에만 5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에도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만 흑자를 내면서 4사 통합 영업이익은 3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정제시설 가동률이 70%대를 위협받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며 "정제마진 악화에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되다보니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경우 가동률을 이보다 하향 조정하면 70%대 벽마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앞서 정유사들은 4분기 가동률 하향 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K에너지 울산콤플렉스의 경우 시황 악화 지속으로 CDU 가동률을 추가적으로 감축하고 있다"며 "3분기 가동률은 72% 수준으로, 4분기에는 이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SK에너지의 경우 지난달 CDU 5개 중 2개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CDU 가동률은 회사 역대 최저 수준인 60% 후반까지 떨어졌다.

    SK에너지 측은 "시황이 안 좋고, 정제마진도 계속 낮은 수준을 기록해 역대 최저 수준까지 가동률을 조정했다"며 "현재로서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최저 가동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당초 업황 회복을 예상하며 설비 가동률을 높이는데 초점을 뒀으나, 최근 유가 하락 등으로 정유설비 가동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그나마 하반기 들어 내수 수요는 점진적으로 늘고 있지만, 수출은 여전히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석유제품 수출물량은 지난달 3379만배럴로, 2014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요 감소는 정제마진도 끌어내렸다. 11월 평균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1달러를 기록하며 전월보다 0.5달러 하락했다.

    정제마진은 월간 기준으로 3월까지 플러스(+)를 나타냈지만,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7월까지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8월부터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수익성 개선은 아직까지 요원하다.

    지지부진한 유가도 부담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석유 수출을 감산했던 석유수출국들의 감산 연장 논의가 소규모 증산으로 타협되면서 'V자' 반등을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내년 1월부터 산유량을 현재 수준보다 하루 50만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OPEC+는 내년 1월부터 감산 규모를 기존 하루 770만배럴에서 720만배럴로 줄일 예정이다.

    증산 수준이 하루 50만배럴 감산에 그치면서 기존과 큰 변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유가 하락 여지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유사들의 불안감은 배가 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OPEC+가 회원국의 입장 차를 반영해 소규모 증산을 결정했으나, 항공유 등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업계 내 불안감이 이어지고 있다"며 "수요가 오르지 않으면 유가가 유지되거나 내려도 정제마진 개선이 어렵다. 단기간 내 'V자' 반등을 낙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