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코로나19 수혜 제품군 덕에 好好전기차 배터리-신소재-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 진출
  • ▲ 전남 여수시 여수석유화학단지. ⓒ성재용 기자
    ▲ 전남 여수시 여수석유화학단지. ⓒ성재용 기자
    석유화학 '톱3'가 본업에서의 탄탄한 체력을 과시하며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원가경쟁력이 높아진데다 소비 패턴 변화에 따른 수혜 제품군이 등장하면서 호실적을 거둔 것이다. 중장기 성장을 위한 신시장 개척에도 박차를 가하면서 당분간 견조한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석유화학 '톱3'의 올해 영업이익은 모두 3조4420억원으로, 지난해 2조3812억원에 비해 44.5%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의 경우 2조4290억원으로, 지난해 8956억원의 2.7배 이상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으며 같은 기간 한화솔루션은 3783억원에서 6800억원으로 79.7%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대산공장 화재사고를 겪은 롯데케미칼은 전년대비 69.9% 하락한 333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실적 개선이 가능한 것은 양호한 수급 여건이 유지된 가운데 유가 하락으로 원가 부담이 완화하면서 PE, PP, ABS, PVC 등 주요 제품 스프레드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신증설 일정이 지연됐으며 허리케인과 화재사고 등으로 국내외 설비 트러블이 발생하면서 공급이 예상보다 줄었다. 반면 중국 이외 지역으로의 수출 감소가 중국향 수출 확대로 만회되면서 전체 수출물량이 1.1% 정도 감소에 그쳤다.

    무엇보다 언택트 기조로 온라인 쇼핑, 음식 포장 등 포장재 수요가 늘어났으며 위생장갑, 손 세정제 등 위생 관련 용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커졌다.

    흔히 플라스틱으로 알려진 고분자(폴리머) 화학제품은 다양한 일상생활 및 산업에 사용되며 포장재는 주요 수요처 중 하나다.

    포장재 시장에서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비중은 54%로 절대적이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비롯한 의료·위생용품과 일회용 포장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온라인 거래도 급증했으며 이는 택배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이 같은 생활방식의 변화로 글로벌 PE 소비량은 코로나19 영향에도 전년대비 1% 증가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소비패턴 변화에 의한 포장재 수요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가전제품을 교체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가전제품의 소재가 되는 고부가 합성수지 수요도 확대됐다.

    ABS와 PVC 스프레드는 2분기 이후 수요 증가와 타이트한 공급으로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ABS는 가전, 전기전자, 자동차 부문이 수요의 70%를 차지하며 PVC 수요는 65%가 건설, 자동차, 전기전자다. 백색가전과 자동차 판매 증가율도 4월 이후 상승 전환했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미중 무역 분쟁 여파로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업황이 어려웠으나, 올해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주요 제품의 수요 호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과 언택트 추세에 따라 가전 및 생활용품 수요가 확대되면서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 ▲ 충남 서산시 대산석유화학공단. ⓒ서산시
    ▲ 충남 서산시 대산석유화학공단. ⓒ서산시
    본업의 탄탄한 체력을 확인한 이들 3사는 신시장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1위 위치를 굳히기 위해 최근 전지사업 부문을 분사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전문화된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사업 특성에 맞는 독립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 경영 및 운영의 효율성을 한층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대규모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이 확보됐다. 현재 150조원 이상의 수주잔액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연간 3조원 이상의 시설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대규모 투자자금을 적기에 확보할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동시에 세계 최초로 썩는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 친환경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10월 LG화학은 독자기술 및 제조공법을 통해 기존 생분해성 소재의 유연성(신율, 伸率) 및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신소재를 자체 개발했다.

    LG화학은 확보된 신기술을 바탕으로 생분해성 소재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는 한편, 사업 확대를 위한 바이오 원료 확보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2022년에 고객사를 대상으로 시제품 평가 등을 진행하고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기수 LG화학 CTO(최고기술경영자) 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소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100% 바이오 원료를 활용한 독자기술로 생분해성 원천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친환경 소재 분야에 연구개발을 집중, 자원 선순환 및 생태계 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쓰이는 분리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분리막은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 등 배터리 4대 핵심소재 중 하나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분리막 판매량은 연 4000t, 매출액 100억원 정도지만 2025년까지 10만t, 2000억원을 목표로 한다"며 "분리막 생산을 위해 추가적인 설비 보완을 진행 중으로, 내년 상반기 안에 보완작업을 마치면 시장에 정상적으로 공급하는데 지장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일본의 배터리 소재 회사인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고배를 마신 뒤 5월 히타치케미칼을 인수한 일본 쇼와덴코의 지분 4.69%를 매입했다.

    9월에는 배터리 핵심소재 동박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 인수를 위한 펀드에 3000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배터리 소재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히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쇼와덴코와 두산솔루스에 지분을 투자하고 몇년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며 "확신이 생길 때 인수 등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합병을 통해 태양광으로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본격 진입한 한화솔루션은 그린수소 기술을 확보하면서 국내 수소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한화솔루션은 강원도, 한국가스기술공사와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에 1488㎡ 규모의 부지에 연간 290t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수전해 시설과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상업운전을 목표로 총 300억원을 투자해 조성되는 그린수소 생산단지는 향후 15년 동안 운영될 예정이다. 또 강원도가 추진하는 그린수소 액화설비와 연계해 시너지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헬스케어 및 정밀화학 소재인 고순도 크레졸 사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고부가 헬스케어 원료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2023년 7월 상업생산을 목표로 약 1200억원을 투자해 연산 3만t 규모의 생산 공장을 전남 여수산업단지에 건설할 계획이다.

    크레졸은 제조 방식에 따라 합성 비타민의 원료가 되는 '뉴트리션(식품영양)' 분야를 비롯해 멘솔(menthol) 등 합성향료, 산화방지제 등 다양한 분야의 기초 소재로 활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환경으로 석유화학 수요가 크게 늘어나 수급밸런스가 이미 타이트해진데다 가동률 역시 높은 수준"이라며 "동시에 정통 석유화학 외의 신시장을 노리면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 차화정 시기 이상의 호황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