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 기업 및 폭스바겐, 빈그룹 잠재적 인수 후보군 거론해외 생산 설비 매각 이후 ODM 방식 사업 운영 전망도 제기시장점유율 1~2% 수준에 인수 금액 높아 매각 성사 여부 관건"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 면밀히 검토"
  •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거나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점을 공식화하면서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전날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과 관련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LG전자는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LG전자는 향후 스마트폰 사업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매각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분위기다. 오는 3월 MC사업부 매각이 해외 IT기업 등을 상대로 진행될 예정이란 얘기들이 흘러나온다. 

    시장에서는 미국 IT 기업 구글과 페이스북, 폭스바겐, 베트남 빈그룹 등이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로 애플의 iOS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지만 자체 생산하는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하는 등 스마트폰 사업 강화를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성과는 크지 않다. 구글은 LG전자와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페이스북은 2014년 인수한 자회사 오큘러스를 통해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플랫폼 마련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인수와 연결되는 모습이다. 페이스북의 경우 스마트폰 사업을 강화할 경우 관련 생태계를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독일 자동차기업 폭스바겐이 입찰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자동차 산업이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모빌리티로 급전환하면서 전장사업과 시너지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제조사 빈스마트를 운영하는 베트남 빈그룹도 인수 후보로 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저가 제품에 강점이 있는 빈스마트가 LG전자의 베트남 공장 및 프리미엄 제품 기술력을 확보함으로써 사업 확대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빈그룹은 베트남 시총 순위 1, 2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2018년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빈스마트를 설립하고,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빈그룹 입장에서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생산공장이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다 프리미엄 라인업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빈그룹의 주력인 리조트 사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부진하면서 자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유지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이 방안의 경우 해외 생산 설비를 매각하고 개발 인력은 남겨 외주 생산 방식을 통해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어가는 방식이다. 

    LG전자는 그간 제조자도 개발에 참여하는 ODM(제조자 개발방식)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이며 비용 절감에 나서 왔다. 최근 MC사업부는 ODM을 맡고 있던 BTD 사업실을 'ODM 사업담당'으로 격상시키기도 했다. LG전자의 ODM 비중은 전체 물량의 70%까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 인수되기는 힘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한다. LG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2% 수준으로 인수를 하더라도 당장 시장 지위 변화를 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인수 금액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당장 큰 매력이 되기 어렵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매각 범위와 매각 가격이 딜 성사를 결정짓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의 몸집줄이기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키우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MC사업본부의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 등을 통한 자원 운영의 효율화, 글로벌 생산지 조정, 혁신 제품 출시 등 각고의 노력들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5년 2분기 이래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5조원에 달하는 등 부진을 거듭했다. 

    지난 2019년에는 스마트폰의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ODM(제조자개발생산) 생산 비율을 지속해서 높여왔지만 LG전자 실적 기여도는 기대만큼 오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스마트폰 판매량까지 매년 줄어들면서 매각 가능성을 검토하게 됐다. 

    권봉석 사장은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 할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LG전자 주가는 휴대폰 사업을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에 전날 종가 대비 10% 급등했다. 실적 개선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