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날아든 경고장경쟁력 1위 → 10위… 판매 34% 격감, 8년만에 적자서바이벌 플랜 마찰… "회사부터 살려야" vs "경영진 무능""고비용 저생산 구조 끊어내야"
  •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 ⓒ르노삼성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 ⓒ르노삼성
    "1만5000명의 일자리가 흔들린다."

    코로나발 위기와 노사 갈등으로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르노삼성 얘기다.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로부터 철수 경고장까지 날아들었지만 단단히 틀어진 노사관계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도 왕왕 철수설이 있었지만 이번엔 정말 상황이 심각하다는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절박해진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우선 생존에 방점을 찍고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지만 노조의 벽에 막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회사가 생존기로에 놓인 상태에서도 노조는 임금협상에만 꽂혀있는 모습이다.

    르노삼성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서바이벌 플랜(생존 계획)’ 중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다음 주 마무리한다. 희망퇴직 인원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취업 경기 위축에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는 르노삼성은 지난달 21일 서바이벌 플랜을 가동했다. 2019년 3월 이전 입사자 전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고정비 절감, 수익성 강화 등이 골자다. 사측이 이 같은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은 2012년 8월 이후 8년여 만이다.

    르노삼성은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내수와 수출을 합한 판매 대수는 11만6166대로 2019년(17만7450대)보다 34.5% 급감했다. 2018년(22만7577대)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판매의 허리 역할을 하는 세단 SM6 등이 무너진데다 닛산 로그를 대체할 수출 물량을 배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르노삼성은 지난해 약 7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시뇨라 사장은 최근 임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실적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며 “부진 속에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 지출은 변동이 없어, 지난 한 해 보유한 현금 2000억원이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에도 현금 1000억원 가량이 줄었다”면서 “제조원가 등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지금의 상황을 만든 가장 큰 원인은 부산 공장의 경쟁력 하락이다. 르노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공장 19곳 가운데 부산 공장은 생산 경쟁력이 10위에 그쳤다. 2018년 1위에서 이듬해 5위로 밀려난 뒤 가파른 내리막을 보인 것이다.

    특히 제조원가 점수가 19곳 중 17위에 그치는 등 비용 항목의 점수가 저조했다. 부산 공장은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 대비 1100달러(약 122만원)가량 생산 비용이 비싸다. 똑같은 차를 만들어도 수익 및 생산성 면에서 성과가 없다는 뜻이다.

    한 관계자는 “노사 갈등 문제로 로그 대체 물량을 받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라며 “수출이 크게 줄어 부산 공장이 위태로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서바이벌 플랜은 생존을 위한 시급한 과제를 푸는 것인데, 희망퇴직은 그 첫 단추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노동조합(노조)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에 매달리며 투쟁 선언을 했다.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 여부를 논의 중이다. 이들은 경영진의 무능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희망퇴직 철회를 요구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르노그룹은 연일 철수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총괄 부회장은 부산 공장 임직원에게 전한 영상 메시지에서 “부산 공장을 믿고 XM3(뉴 아르카나) 생산을 결정했다”며 “그러나 경쟁 능력을 높인다는 약속을 어긴데다 제조원가는 스페인에서 만드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캡처와 비교해 두 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부산 공장에 문제가 있는 것이자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노사 갈등과 제조원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그는 △최고 품질 △비용 절감 △납기 준수 등 세 가지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르노삼성이 정말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며 “경쟁력이 바닥을 치고 있는데 임금 인상을 관철하겠다면 끝내 투자 보류, 철수로 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노조가 고비용 저생산 구조를 끊어내야 한다”며 “판매 부진에 생산 감소가 이어지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노조가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