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투자 2500대 기업 80개→56개 급감, 투자 동력 잃어中, 정부지원금 등에 업고 日 추월… SMIC, 매출 6.6% 나랏돈韓 전체투자액 중 삼성전자 47.2% 차지, 정부지원금 0.8% 불과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평택공장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는 모습.ⓒ삼성전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평택공장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는 모습.ⓒ삼성전자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친 정부 규제와 노동권 보호 등 정책적 요인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EU 집행위원회가 발간한 세계 2500대 R&D 기업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14년 이 명단에 80개 기업을 올린 한국은 2019년 56개로 줄었다. R&D 금액 대비 비중은 같은기간 3.9%에서 3.6%로 0.3%p 감소했다.

    이는 2010년대초부터 GDP대비 R&D투자 세계 1위를 유지하던 한국기업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전경련은 해석했다.

    가장 큰 요인은 중국정부의 막대한 정책자금 지원에 힘입은 중국기업의 약진 때문이다. 중국은 2015년 '2025 제조중국'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기술굴기를 앞세워 정부자금을 쏟아부었다. 덕분에 2500대 R&D투자기업에서 중국기업이 차지하는 부분은 2011년 56개에서 2019년 536개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같은기간 중국기업의 R&D 투자액은 연평균 30.8% 늘었고, 2019년에는 중국기업의 R&D 투자액이 사상 처음 일본을 추월했다.

    이 같은 중국의 부상은 반도체 굴기를 비롯한 중국 정부의 막대한 자금지원이 뒷받침된 결과다. OECD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14년~2018년 세계 21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매출액 대비 정부 지원금 비중이 가장 높은 상위 5개 기업 중 3개가 중국 기업이었다. 가장 지원비중이 높았던 SMIC의 경우 매출액 대비 6.6%를 받았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평택공장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는 모습.ⓒ삼성전자
    반면 한국의 R&D 투자는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2019년 국내기업의 R&D 투자금 중 47.2%는 삼성전자가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한미일중 4개국의 R&D 투자금액 1위 기업이 전체 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알파벳)이 7.5%, 중국(화웨이 인베스트먼트앤홀딩스)이 16.4%, 일본(토요타자동차)이 7.9% 수준이다.

    전체 R&D 투자금 중 절반을 삼성전자가 도맡고 있지만, 정부지원은 매출액의 0.8%에 불과했다. SMIC의 1/8 수준에 불과하며, 미국의 퀄컴(3%), 인텔(2.2%)에도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R&D 투자를 주도하다보니 반도체 등 ICT 제조업 투자에 편중되는 문제도 나타났다. 세계 2500대 R&D 기업에 진입한 한‧중‧일 기업의 업종별 구성을 살펴보면, 한국의 경우 ICT 제품의 비중이 58.9%에 달했다. 반면 ICT서비스, 헬스케어 등 2대 신성장분야에 대한 R&D 투자 비중은 중국 23%, 일본 17%에 달했지만, 한국은 4%에 불과했다.

    2010년대 이후 지속된 반도체 R&D 투자 집중에서 벗어나 신사업 분야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한국은 ICT 제조업 분야에서는 기술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으나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등 서비스업 비중이 큰 신산업 분야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반기업 정서를 조장하는 규제도입을 지양하고, R&D 투자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하는 등 글로벌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