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땅투기 의혹 정부합동조사단 발족…"내주까지 국토부·LH 전직원 조사""청와대·국회 등 조사대상 아냐"…꼬리 자르기 우려 목소리도"신도시 지정 철회 필요" 주장도…적폐청산 명분에 매몰비용도 없어
  • ▲ 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재활용사업장 인근 토지에 묘목들이 심겨 있다.ⓒ연합뉴스
    ▲ 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재활용사업장 인근 토지에 묘목들이 심겨 있다.ⓒ연합뉴스
    공공주도의 주택공급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정부는 다음주까지 조사를 마무리하고 불법행위에 대해선 일벌백계한다는 태도다.

    정부가 이번 의혹의 조기 진화에 나서는 것은 불똥이 부동산정책 불신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조사대상과 촉박한 시간 등을 두고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계 전문가 사이에선 이번 기회에 뿌리 깊은 부패 구조를 끊기 위해 광명·시흥 3기 신도시 후보지 지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기·인천 관계자도 신속히 조사

    문재인 대통령은 4일 LH 직원 10여명이 정부가 신규 공공택지로 발표한 광명·시흥 신도시내 토지 2만3000여㎡를 신도시 지정전에 사들였다는 집단 투기 의혹과 관련해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뿌리 깊은 부패 구조에 기인한 것이었는지 밝혀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해졌다. 전날 문 정부 들어 지정한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공공기관 직원과 가족의 토지거래를 전수조사하라고 주문한지 하루만에 다시 강도 높은 진상 규명을 지시한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을 통해 정부합동조사단 발족을 알렸다. 정 총리는 "오늘 국무총리실 국무1차장을 단장으로 관계기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조사에 착수한다"면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불법행위를 한 공직자를 일벌백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헌신해야 할 공공기관 직원이 부적절한 행위로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다음 주까지 국토교통부와 LH 전 직원에 대해 (부동산) 거래내역 전수조사를 끝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기도, 인천시 등 지방자치단체 업무 담당자, 지자체 소속 개발공사 임직원 전체에 대해서도 신속히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 총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청와대, 서울시 관계자 등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번 의혹을 조기 진화하려는 것은 불똥이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헛발질로 지지층이 흔들리자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대신 구원등판한 변창흠 장관은 LH 등을 주축으로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공급 계획을 해법으로 내놨고, 대책의 하나가 바로 광명·시흥을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해 7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구상이었다.
  • ▲ 브리핑하는 정 총리.ⓒ연합뉴스
    ▲ 브리핑하는 정 총리.ⓒ연합뉴스
    ◇누리꾼 "청와대도 조사" vs 鄭총리 "조사대상 포함되지 않아"

    정부의 속전속결 대응을 두고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없잖다. 이번 의혹이 불거지자 누리꾼들은 "청와대도 조사하자" "변 장관 주변도 조사해라" 등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부 전문가도 고질적인 적폐를 도려내려면 과거 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대대적인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하지만 정 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청와대와 국회 등은 조사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주도 부동산 공급대책을 발표한 상황에서 LH 등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스스로 무너뜨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에 걸린 사람들만 처벌하는 선에서 어물쩍 사안을 덮으려 할 거라는 의견이 적잖다"고 귀띔했다.

    ◇신도시 지정 철회 주장도…"뿌리 깊은 부패 구조 끊어야"

    일부 전문가는 정부가 광명·시흥을 3기 신도시 후보지에서 빼는 특단의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원칙을 세우고 시간이 걸려도 올바른 선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당장은 (후보지 철회로) 반발에 부딪힐 수 있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정부가 광명·시흥을 3기 신도시로 발표했지만, 7만 가구가 단기간에 '뚝딱' 공급될 거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면서 "(이들 후보지는) 지구 지정도 되지 않은 상태여서 따로 매몰비용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정부로서도) 한 발 빼기에 나쁘지 않은 타이밍"이라고 부연했다.
  • ▲ 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투기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 모습.ⓒ연합뉴스
    ▲ 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투기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 모습.ⓒ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