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예년보다 늘어나… 규모의 경제 본격화1.2조 유증 통해 신증설-유럽 진출 자금 마련
  • ▲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 ⓒ포스코케미칼
    ▲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케미칼의 부채가 예년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등 2차전지 시장을 위한 선제적 투자로 풀이된다. 최근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공모에 흥행하면서 본격적인 증설을 통한 규모의 경제로 가파른 성장세를 시현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지난해 포스코케미칼의 연결 기준 부채 규모는 모두 1조644억원으로, 전년 7238억원에 비해 4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자본이 1조63억원에서 1조236억원으로 1.71%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부채비율은 71.9%에서 103%로 32.0%p 악화됐다.

    문제는 직전 5년 평균 부채 규모가 2861억원, 평균 부채비율은 37.1%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2016년 1544억원 이후 4년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19년에 전년 1894억원 대비 281% 뛴 이후 2년 연속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2010년 LS엠트론의 음극재 사업 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2019년 양극재를 만드는 포스코ESM과 합병하면서 본격적으로 2차전지 소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실질적 무차입 구조를 유지했으나, 2019년 흡수합병과 본격적인 설비투자가 진행되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차입금 규모와 의존도 역시 흐름이 같다. 전반적인 증가세 속에 2019년(4120억원) 들어 전년(157억원)대비 26배 급증했으며 지난해(7333억원)에도 77.9% 늘어났다.

    2년 전만 하더라도 2%대에 불과했던 차입금의존도는 70%를 웃돌았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대개 30%를 적정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영업이익 부진까지 더해지면서 이자보상배율도 크게 낮아졌다. 2017~2018년 68배를 유지하던 이자보상배율은 2019년 28.5배로 크게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8.70배로 아예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영업이익은 2018년 1062억원에서 2019년 898억원, 지난해 602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순이익은 1327억원, 1011억원, 29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재무구조 개선은커녕 이자 부담만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재무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2차전지 소재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추가 투자까지 단행하면서 재무안정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 ▲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부문(좌)과 음극재 부문 사업 전략. ⓒ포스코케미칼
    ▲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부문(좌)과 음극재 부문 사업 전략. ⓒ포스코케미칼
    때문에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도 했지만, 목적이 투자 재원 마련이기 때문에 재무건전성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앞서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통해 1조원 규모의 유증을 결정했다. 주주배정 증자방식으로, 모회사인 포스코가 5403억원을 출자해 유증에 참여했다.

    우리사주조합과 기존주주를 대상으로 유증 청약을 진행한 결과 103%의 청약률을 달성했다. 목표치를 초과하면서 2700억원가량을 더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이들 자금은 △시설자금 6878억원 △운영자금 1675억원 △해외생산법인 등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1447억원 등에 투입될 예정으로 재무구조 개선과는 목적이 다르다.

    게다가 현재 진행 중인 주요 투자 프로젝트의 잔여 투자액은 지난해 말 기준 양극재 광양공장 3단계 2818억원, 양극재 광양공장 4단계 2707억원, 인조흑연음극재 신설 2029억원 등 9539억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가운데 63.4%인 6055억원이 올해 투자가 실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포스코케미칼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생산 거점인 폴란드, 헝가리 등 유럽 현지에 양극재 생산라인 건설과 관련, 3000억원 규모 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21~2022년 동안 1447억원을 사용하고, 향후 1553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해외 생산라인 완공시 연산 2만5000t~3만t 규모의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투자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부지, 시기 등은 검토 중이며 올 상반기 사업 승인을 받는 것이 목표다.

    포스코케미칼 측은 "해당 내용은 현시점에서 예상되는 계획안으로, 차후 이사회 결의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며 "유럽 진출이 미뤄지면 유증에서 목표한 금액 1447억원은 원재료 매입에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신평업계에서도 당장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부담 확대로 인한 신용도 하방압력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민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2차전지 소재 부문은 투자 규모에 비해 수익창출력이 당장은 크지 않은 수준"이라며 "투자 이후 에너지 소재 사업을 통해 이익창출력이 확대돼 자체창출 현금을 통한 재투자 재원 마련 및 차입금 상환 등 현금흐름의 선순환 구조 확보 여부가 신용도에 중요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덕규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대규모 자금 유입으로 향후 있을 재무 부담 확대를 완화해 신용등급 하락을 방어하는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수익성 확보를 통한 현금흐름 창출은 중장기적으로 이뤄질 전망인 만큼 향후 투자 부담 지속 및 투자금 회수 지연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룹 차원의 육성 의지가 드러난 만큼 중장기 사업 안정성은 보장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이번 유증에 5403억원을 출자해 지원사격에 나서는 등 그룹의 육성 의지가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핵심 미래 성장동력으로 설정하고 직간접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만큼 그룹 내 전략적 중요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