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균등배정 방식, 계좌수가 주요 변수올 초 중복청약 사례 속출, 제도적 허점 노려금융당국 "이르면 5월 말부터 중복청약 금지"
  • ▲ ⓒNH투자증권
    ▲ ⓒNH투자증권
    올해부터 시행된 공모주 균등배정 방식으로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부작용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제도 시행 취지대로 소액 청약자의 참여가 늘어 났지만 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중복청약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답보 상태에 머물던 중복청약 금지 관련 시스템 구축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10일 진행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일반 청약 최종 경쟁률은 335.36대 1로 집계됐다. 청약 증거금은 63조6198억원으로 역대 1위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58조5543억원)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58조4237억원)의 기록을 가뿐히 넘어섰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주 청약에 역대급 자금이 몰린 배경은 중복청약이 적용되는 첫 대어(大魚)라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균등배분 방식 등을 포함한 공모주 일반 청약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공모주 청약 열풍에서 소액 청약자의 기회가 제한된다는 불만에 따른 대책이다. 

    균등 배정은 일반 청약 물량의 50% 이상을 신청 건수로 나눠 그만큼을 모든 청약자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나머지는 현행 청약 증거금 기준의 비례 방식으로 배정한다. 이와 함께 복수 주관사가 있는 IPO에서 여러 증권사를 통한 중복 청약도 금지키로 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 시행령 마련이 늦어지면서 전날 마감된 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 공모주 청약에 적용하지 못했다. 총 6곳의 증권사를 통해 참여한 계좌는 약 240만개로, '계좌 쪼개기'를 통한 중복청약이 다수 포함됐다. 청약 계좌수가 공모주 배정 물량보다 많아지는 사태가 발생하며 1주도 못 받는 청약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균등배정 제도의 문제점은 시행 초기부터 감지됐다. 균등배분을 시행하는 공모주의 경우 증거금보다 청약 건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가족 뿐 아니라 친인척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 청약하는 사례도 생겨나면서 당초 도입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시장에서는 중복청약을 금지하는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까지 당분간 계좌 쪼개기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르면 5월 말부터 일반인 공모주 청약에서 여러 증권사를 통한 중복 청약을 제한할 방침이다. 

    11일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달 20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규제심사, 법제 심사 등을 거쳐 오는 5월 20일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공모주 중복 청약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된다. 증권사들이 공모주 배정 시 한국증권금융 시스템을 통해 투자자들의 중복청약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고, 중복청약이 확인된 청약자에 대해서는 공모주를 중복 배정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접수된 청약 건만 유효한 것으로 인정한다.

    우리사주에 대한 공모주 배정 절차도 유연화한다. 현재는 유가증권시장에서 IPO시 우리사주조합에 공모 물량 20% 이상을 의무 배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조합이 사전에 20% 미만 배정을 희망할 경우, 미달분에 대해 의무배정 예외를 인정한다. 

    한편 청약계좌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향후 IPO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SK IET,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등의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중복청약 금지 등의 제도 개선 작업이 하반기로 미뤄질 경우 또 다시 계좌 쪼개기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