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침체 이익창출력 저하'이익률-순익' 6년 만에 '마이너스'국제유가-정제마진 반등에도 실질 수요 회복 더뎌단기차입금 급증, 회사채 만기 등 유동성 리스크 우려도
  • ▲ SK에너지. ⓒ성재용 기자
    ▲ SK에너지. ⓒ성재용 기자
    SK에너지가 이어지는 실적 저하로 재무건전성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영업현금흐름 부진으로 자본이 확충되지 않은 가운데 투자 및 배당 소요로 재무적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업황 회복 시점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만큼 재무구조 안정화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22일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SK에너지의 지난해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55%로, 전년 170%에 비해 84.6%p 증가했다. 2016년 115%에서 4년 연속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영업성적 부진에 따른 자본 확충 실패가 원인으로 해석된다. 2016년 1조4567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4년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해에는 1조93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자본총액은 6조1147억원에서 3조5279억원으로 지속 감소했다.

    2018년 4분기 이후 높은 유가 변동성, 국내외 경기 둔화 및 업계 신증설 부담 등으로 실적이 둔화하면서 연간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다. 2019년에도 글로벌 경기 둔화와 신증설 부담이 확대되고 정제마진이 추가 하락하면서 영업이익이 3751억원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위축에 따라 정제마진은 매우 낮은 수준을 이어갔다.

    지난해 1분기의 경우 유가 급락에 따른 대규모 재고 관련 손실도 발생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상당 수준의 영업손실이 지속하면서 연간 누적 영업손실이 1조9361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 모두 2016년을 정점으로 하락세가 지속했다.

    영업이익률의 경우 2016년 6.13%에서 지난해 마이너스(-) 9.60%까지 악화했으며 순이익은 1조999억원에서 1조5923억원 순손실로 쪼그라들었다. 이들 수치가 동시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4년(-1.89%, -7554억원) 이후 6년 만이다.

    올 들어 정제마진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으며 60달러대로 반등한 국제유가 역시 본격적인 운송용 수요 회복이 수반되지 않는 이상 재고평가 이익 등 재무적 효과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세계 각국의 충분한 백신 확보 및 접종, 이동 및 소비 심리 회복으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의 뚜렷한 증가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과잉공급 해소를 통한 수급 여건과 정제마진의 본격적인 회복 시점과 개선 수준 역시 상당한 불확실성이 내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석유제품 수요 위축 등으로 급속한 업황 회복이나 실적 개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특히나 자체적으로 정유 단일 부문을 영위하고 있어 유가 및 정제마진 변동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자본 위축으로 가려졌지만, 부채 및 차입 규모도 가볍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부채 규모는 9조9억원으로, 전년 9조2413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2.60%)했지만 2년 연속 9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직전 4년간(2015~2018년) 부채는 평균 7조1854억원이다.

    2018년부터 1조원 규모의 VRDS(감압잔사유 탈황설비) 투자가 본격화되며 마이너스의 잉여현금흐름을 나타냈다. 또 연간 배당 소요가 2017~2018년 1조원을 기록하고 2019년 이후에도 연 3000억원을 웃돌면서 최근 수년간 큰 폭의 부족 자금이 발생했다.

    차입 규모는 2017년(1조4347억원)을 기점으로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2014년 이후 6년 만에 3조원대를 기록했다. 자본 위축 영향으로 차입금의존도는 2017년 24.1%에서 90.2%로 크게 늘었다. 차입 규모 상승으로 이자비용도 818억원에서 1207억원으로 불어났다.

    재무건전성이 저하된 가운데 유동성 리스크까지 가속하고 있다.

    지난해 유동비율은 86.9%에 그쳤으며 2018년 140%부터 줄어들고 있다. 반면 단기차입금 비중은 0.80%에서 7.89%로 늘어난 상황이다. 비중이 10%에도 못 미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단기차입금 규모가 전년대비 15배 가까이 급증한 것은 유의미한 수치로 풀이된다.

    더군다나 SK에너지는 상반기 2300억원, 하반기 2100억원 등 연내 44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지난해 말 신용등급 강등(AA+→AA)에 따라 차환 발행이 쉽지 않을뿐더러 발행하더라도 이자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높아진 채무와 저하된 유동성, 차입 부담 등으로 재무구조 개선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영업실적 부진 및 이에 따른 현금창출력 축소를 감안하면 당분간 재무구조 저하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차입금 절대 규모가 대폭 증가한 상태인 만큼 과거 수준으로의 재무구조 개선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기혁 실장은 "약화한 현금창출력과 기존 재무 부담을 감안하면 재무구조 개선에는 시일이 소요될 수 있으며 영업현금 창출과 신규 설비의 투자 성과, 배당금 지급 규모 등에 따른 재무구조의 변동성이 내재하고 있다"면서 "이익창출력 대비 높아진 채무 부담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SK에너지 측은 "1분기 유가 반등으로 4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린론 발행 등 ESG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재무안정성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