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모비스 등기이사 빠져공정위 '동일인'도 정의선으로현대차, 34조→234조 글로벌 그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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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난다.24일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에서도 빠졌다. 그룹 근속 51년, 회장 재임 21년만에 모든 직함을 내려놓는 것이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공정위 동일인도 5월에 정의선 회장으로 바뀔게 확실하다.
앞서 그는 지난해 3월 현대차 등기이사를 사임하고, 21년 만에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을 정의선 당시 수석부회장에게 넘겼다.그는 지난 2014년에는 현대제철 이사직에서, 2018년에는 현대건설 이사직에서도 각각 물러난 바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수년 전부터 사실상 정의선 회장 체제가 구축돼온 만큼, 그룹 경영에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1938년생인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세계 5위의 자동차 업체로 올려놓은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품질 경영'과 '현장 경영'을 키워드로 20년 이상 그룹을 이끌어 왔다.
1970년 현대차 부품과장으로 입사해 부장과 이사, 현대차서비스와 정공, 강관 사장을 거쳤다. 1998년 현대차 회장에, 1999년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2000년 현대차 계열 회사로 홀로서기에 나섰고, 국내 최초로 자동차 전문그룹을 출범시키고 자동차를 중심으로 부품산업과 소재산업을 비약적으로 성장시켰다. 현대그룹 분리 당시에는 삼성과 현대, LG, SK에 이은 재계 5위였지만, 현재 현대차그룹은 삼성에 이은 2위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2000년 자산 34조원에 불과했던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54개 계열사와 총 234조원 자산을 보유한 그룹으로 변모했다.그룹 R&D 총본산인 남양연구소를 설립해 핵심 기술을 확보했고,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Automotive Hall of Fame)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헌액되기도 했다.재계에 따르면 정 명예회장이 마지막까지 이사직을 유지한 현대모비스는 그에게 각별한 회사다. 정 명예회장은 1977년 현대정공 초대 사장을 맡았고, 회장이었던 1991년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갤로퍼를 성공적으로 출시해 선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현대정공은 2002년 현대모비스로 사명을 바꾸면서 자동차 부품회사로 변신했다. 현재 현대차의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향후 현대차그룹의 빈자리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후계구도를 명확히 구축한 상황이다.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공정거래위원회도 오는 5월 현대차그룹 총수를 정의선 회장으로 바꿀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정 명예회장의 건강이 악화돼 정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사실상 세대교체를 이룬 것으로 판단한다. 이 때문에 현대차도 동일인(총수)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재계 관계자는 "본래 정몽구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까지였다. 그러나 지난해 아들인 정의선 회장에게 그룹 경영 전반을 맡기기로 한 만큼 남은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경영권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런 수순"이라고 했다.한편 현대모비스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조성환 사장, 배형근 재경부문장(부사장), 고영석 연구개발(R&D)기획운영실장의 사내이사 선임건을 의결한다.현대모비스의 사내이사는 총 4명으로, 박정국 대표이사가 현대차로 자리를 옮기며 한 자리가 비게 됐지만 정몽구 명예회장이 임기 1년을 남기고 물러나기로 결정하면서 총 2명을 신규 선임하게 됐다. 배형근 부사장은 재선임이다.정 명예회장의 사임으로 비는 자리에는 사상 처음으로 상무급 임원인 고 실장이 추천된 상태다. 직급보다 전문성을 고려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