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소득세 이연되는 지주회사 전환 선택하지 않아사회적 책임 다하고 합당한 세금 납부로 정당성 확보
  • ▲ 정몽구 회장(왼쪽)과 정의선 부회장(오른쪽).ⓒ현대차그룹
    ▲ 정몽구 회장(왼쪽)과 정의선 부회장(오른쪽).ⓒ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납부해야될 세금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대주주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세금을 회피하거나 절감하는 편법을 지양하고, 정당하고 합당한 세금을 납부해 개편의 정당성을 확보 및 공감대를 갖추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2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납부할 세금만 무려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선진화된 출자구조 구축을 위한 첫 시동을 걸었다.


    발표된 계획대로 현대모비스 및 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 등 사업구조 개편이 완료되더라도 기존 4개의 순환출자고리는 유지된다.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7월 말 이후 변경상장이 완료되는 시점에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하고 있는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 23.3%를 전부를 매입할 계획이다.


    주식 매입에 필요한 자금은 대주주가 합병 후 현대글로비스 주식 처분 등을 통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전례가 없는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게 된다.


    현대차그룹 측은 양도세 규모가 해당 시점의 주식 가격, 매각 주식수에 따라 다르게 계산되겠지만, 최소 1조원을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해부터 대주주 대상 과세표준이 3억원 이상인 경우, 양도세율이 주식을 매각해 생긴 소득의 22%에서 27.5%(주민세 포함)로 상향 조정된 점도 반영됐다.


    연간 국내 전체 주식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주식 양도소득세 규모가 약 2조~3조(2016년 개인 기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아버지 정몽구와 아들 정의선이 낼 세금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현대차그룹이 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정공법' 카드를 뽑아 든 데에는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대주주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적법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현대차그룹에 신뢰를 보내 온 국민들께 보답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주주의 이러한 결정은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실(失)보다는 득(得)이 더 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소모성 논란은 최소화되고 현대차그룹의 재편 취지에 대한 진정성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그룹, 정당한 세금 납부…기존 기업들 방식과 차별화


    최근까지도 투자 및 증권업계는 출자구조 재편과 관련 현대차그룹이 일부 계열사의 투자 부분만을 따로 떼 지주회사를 만들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방식의 시나리오를 예상해 왔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지주사에 현물출자 함으로써 그룹 전체 경영권을 유지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유력했다.


    이 경우 대주주가 바로 양도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돼 대주주의 초기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경영권을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에서는 주주가 지주사에 현물출자를 하면서 발생하는 양도차익 금액에 대해서는 해당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양도소득세 과세를 이연해 주고 있다. 관련 규정은 올해 안에 일몰된다.


    하지만 이 방식은 대주주가 세금 한 푼 안내고 회사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비판에는 자유롭지 못하다.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재편 과정은 대주주가 지분거래에 대한 막대한 세금을 납부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방식과 확실히 차별화 된다.

    현대차그룹이 현물출자 방식의 지주회사 전환 구상을 접고 현대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 체제로 구조 개편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대차그룹이 시장에서 예측했던 지주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경우, 대주주가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지주회사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대주주는 최상위 회사 지분율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대규모 세금을 내고 사회적 명분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고 경영층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적법하고 정당한 지배구조 개편 방식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이번 개편 안이 사회적 지지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주주들과 시장에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