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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서울시가 장기전세주택인 '상생주택'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추진중인 '공공전세주택'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향후 갈등이 예상된다. 게다가 시장에서는 전세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엔 물량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은 청년과 신혼부부 수요자들을 위한 장기전세주택 7만 가구를 공급하기 위해 '상생주택' 제도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상생주택 제도란 도심 곳곳에 방치되고 있는 민간토지를 서울시가 임차해 주택을 공급하는 구조다.
시프트(SHift)라고도 불리는 장기전세주택은 2007년 오 시장의 서울 시장 시절 추진된 사업으로, 서울 아파트를 무주택자가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도록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공급된다.
토지를 제공하는 민간 토지주에게는 최소 20년 동안 토지 임대료 지급, 재산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 용도지역과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최근 전세난에 장기전세주택을 선호하는 수요가 많은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실제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지난해 말 모집한 제39차 장기전세주택 1순위·우선순위 입주자 모집에는 총 550가구 공급에 신청자 1만1669명이 몰려 2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만 장기전세주택이 SH에 막대한 재정 부담을 주는 사업인데다 민간 토지주에 대한 임대료를 지불해야 되는 만큼 계획대로 7만 가구가 공급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정부는 이달부터 3~4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공공전세주택 공급을 본격화한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첫번째 공공전세주택 117가구의 입주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지난해 11·19대책에서 정부가 내놓은 공공전세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SH가 도심에 신속히 건설 가능한 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 신축주택을 신축 매입약정 방식으로 매입해 중산층 가구에게 '전세'로 공급하는 새로운 주택유형이다.
공공전세주택은 방 3개 이상의 중형평형(50㎡ 초과)으로 무주택자는 소득‧자산에 관계없이 입주할 수 있다. 보증금은 시세의 90% 수준으로 산정되고 최대 6년간 전세로 거주할 수 있다.
공공전세주택도 기존 공공임대주택 유형과 달리 소득·자산기준을 두지 않은 덕분에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하지만 올해 전국에 LH와 SH가 함께 공급하는 공공전세주택 계획 물량은 9000가구, 이중 서울 물량은 3000가구에 그친다.
상생주택이나 공공전세주택 모두 전월세 시장에 머물러있는 수요의 규모를 감안하면 공급량이 적어 이 역시 극소수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로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세시장 안정화 효과를 거두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상생주택이나 공공전세주택 모두 중앙정부와 서울시 간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 상충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어느 한쪽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일방적으로 추진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상생주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최근 전세난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면서 "SH가 감당해야 하는 공공전세주택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시장에 원활히 공급될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