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 개시강력한 구조조정 뒤따를 듯채권단 자금지원 묵묵부답
  • ▲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시 공장 ⓒ쌍용차
    ▲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시 공장 ⓒ쌍용차
    쌍용자동차가 또다시 생사의 기로에 섰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2011년 3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10년 만이다.

    쌍용차가 쓰러지면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 등 업계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서울회생법원 주도로 쌍용차의 새 주인을 찾는 공개 매각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회생법원은 15일 쌍용차에 대한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받아들였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자 칼을 빼 들었다.

    서울회생법원은 관리인에 정용원 쌍용차 기획관리본부장(전무)을, 조사위원으로 한영회계법인을 각각 선임했다. 쌍용차의 자산과 부채 등 재무 상태에 대한 정밀실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존속가치와 청산가치를 산정하는 조사보고서 제출 기한은 오는 6월 10일로 잡았다.

    쌍용차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현재 인수 의향자가 여럿 있는 상황”이라며 “회생계획 인가되기 전에 인수합병을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사전회생계획제도(P플랜)에서 방식이 바뀌었으나 법정관리의 조기종결을 도모하는 만큼 궤를 같이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쌍용차에 “법정관리 돌입 시 조기졸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오히려 투자자와 보다 신속한 협상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공개입찰을 통해 다수 후보자간 경쟁을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쌍용차가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을 거쳐 새 주인을 확보하고 투자를 포함한 회생계획을 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3700억원의 공익 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채무는 일부 탕감하게 된다. 새 투자자를 유치하기 수월해지는 셈이다.

    유력 후보 중 한 곳으로 거론되는 미국 HAAH오토모티브로(HAA)서는 쌍용차 대신 갚아야 할 돈이 줄면 회사 정상화를 위해 쓸 재원이 늘어난다.

    쌍용차의 매각이 진행되면 HAAH도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달 초 금융투자업권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자리에서 “(HAAH가) 그냥 안 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고 시간을 더 달라고 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인수합병에 차질을 빚는 경우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쌍용차가 갚아야 하는 공익채권이 37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청산되면 부품 업체가 납품 대금을 받기 어려워져 줄도산에 이르고, 2만여 명이 실업자가 될 처지에 놓이는 만큼 존속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9년 기준 쌍용차에 부품을 대는 업체는 총 219곳, 납품액은 1조8088억원이다.

    관리인인 정 전무는 “정상적 조업이 관건인 만큼 빠른 시일 내 생산을 재개하겠다”며 “법정관리 개시 결정에 따른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2008년 극심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이듬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당시 전체 임직원 중 2600여 명을 정리해고하는 등 구조조정을 겪었다. 당시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가고, 경찰력이 투입되기도 했다.

    이른바 ‘쌍용차 사태’를 겪은 뒤 2010년 새 주인인 인도 마힌드라를 만났고, 2011년 법정관리를 졸업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