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넘은 몸집·주행감, '최초' 수식어 달고 다녀수입차와 견줘도 손색없어… 부드럽고 탄탄한 하체호불호 갈릴 외관, 점잖은 몸놀림과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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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 세단 그 이상의 주행 감성”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었다. 숫자를 늘리고 새 문장(紋章)을 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주행감이 운전하는 내내 수입 자동차를 떠올리게 했다.지난 12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시승 행사에서 K8을 직접 몰아봤다. 시그니처 트림(세부 모델) 앞바퀴 굴림을 타고 경기 남양주시까지 왕복 80㎞를 달렸다.K8은 한눈에 봐도 컸다. 전장(길이)이 5015㎜로 이전(K7) 대비 20㎜ 더 길어졌다. 현대차 그랜저와는 25㎜, 제네시스 G80 보다 20㎜ 길다. 전폭(너비)은 1875㎜, 전고(높이)는 1455㎜다.날카로운 눈매를 한 헤드 램프는 강렬한 인상을 자아냈다. 특히 기아 영문 이름만 붙여서 쓴 새 로고는 기대 이상으로 잘 어울렸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나았다. 앞은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하나로 통합했다. 여기에 방향지시등이 내장된 주간주행등은 사각형으로 만들어 세련미를 살렸다.다만 외관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격적인 시도 때문인데, 앞범퍼 아래부터 옆을 지나 뒤로 이어지는 장식물(가니쉬)는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어 보였다. 리어 램프 주위에 깎아 만든 듯한 면도 마찬가지다.힘이 많이 들어간 아쉬움은 실내서도 느껴졌다. 도어 트림, 대시 보드마다 다이아몬드 형태 무늬를 넣어 화려함에 중점을 뒀지만 잘 어울리지 않았다.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랜저처럼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가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공간은 압도적으로 넓다. 축간거리가 2985㎜로 뒷좌석에 키 184㎝ 남자 성인이 탔는데도 다리를 펼 수 있었다. 최상위 세단 자리를 넘볼 정도다. 옷을 걸어둘 수 있는 머리 받침대는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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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으로 몸을 옮기면 굽어 있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화면이 눈에 띈다. 버튼 개수를 최소화하고 공조, 내비게이션으로 전환하는 기능이 있어 사용이 쉬웠다. 이와 함께 좌석에 무릎 받침대와 공기주머니로 스트레칭을 돕는 사양이 들어갔다.도로로 나가 본격적으로 주행하자 엔진 질감이 느껴졌다. 최고 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36.6㎏f·m의 3.5L 휘발유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조화롭게 손발을 맞췄다. 몸무게 1650㎏의 차체를 부드럽게 밀어주는 것이 일품이다.가속 페달을 밟으면 안정감 있게 속도를 끌어올린다. 특히 출렁거리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주행감은 기아의 수준이 높아졌음을 단번에 확인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속도를 높여도 내부는 조용했다.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회사 측은 “문 접합 부분을 보강하고 흡차음재 밀도를 기존 대비 높였다”고 설명했다.운전자 주행 습관에 따라 차가 다소 굼뜨다고 느껴질 법도 했다. 그러나 차의 성격상 운전하는 재미보다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에 강점이 있다. 이처럼 점잖은 신사 같은 행동에 역동적 외관이 접목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올림픽대로를 지나 서울~양양 고속도로에서 반자율주행을 켰다. 차는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며 앞차와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했다. 제한 속도에 맞춰 엔진 회전수(rpm)를 올렸다가 내렸다를 반복했다. 정체가 심한 구간에서 운전대를 잡고 전방을 주시하면 돼 피로도가 덜했다.차선 변경은 깜빡이(방향 지시등)를 켜면 자동으로 이뤄진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2 등 첨단 사양을 탑재했기 떄문이다.K8은 기아의 야심작답게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다. 새 로고부터 K8이란 이름,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 성능을 높인 8단 자동변속기, 앞바퀴 기반 네 바퀴 굴림, 12인치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영국 메리디안의 음향 시스템, 공기주머니를 넣은 좌석 등이다.그만큼 K8은 상품성이 뛰어나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완전 변경을 거친 그랜저가 등장하면 어떤 상황에 내몰릴지 모른다는 것이다.3.5L 휘발유 엔진을 얹은 K8의 판매 가격은 세부 모델별로 3618만~4526만원이다. 기아는 다음 달 1.6L 하이브리드를 추가로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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