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차질 1만대 육박아산 공장 또 멈춰… "반도체 부족, 2분기 가장 심각"1분기 실적 좋았지만 여건 악화·불확실성 증대
  • ▲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뉴데일리DB
    ▲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뉴데일리DB
    코로나로 크게 줄었던 자동차 수요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기아의 표정은 썩 밝지만은 않다. 지난 1분기(1~3월) 경영실적이 크게 호전됐지만 2분기 들어 공장 가동 중단이 반복되는 등 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어서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칫 5월 셧다운 공포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1조55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637억원)보다 79.8% 뛸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액은 8.9% 늘어난 27조5949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 같은 실적은 판매가 예상보다 빠르게 좋아진 결과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소비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자 자차를 보유하려는 심리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1분기 99만7882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90만3364대)과 비교하면 10.5% 늘었다. 시장별로는 국내가 18만5413대, 해외서 81만2469대를 팔았다. 각각 16.6%, 9.2% 증가한 규모다.

    투싼과 팰리세이드 등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등이 판매를 견인한 일등 공신이라는 평가다.

    특히 제네시스는 신형 G80에 이어 두 번째 SUV인 GV70 효과를 톡톡히 봤다. 1분기 판매 대수는 3만2884대에 달했다. 이러한 제네시스의 판매 증가는 현대차 수익 향상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 역시 실적 전망이 좋다. 1분기 영업이익 1조1540억원, 매출액 16조3156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익은 더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전망치 평균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2.0%, 159.6% 급증한 수준이다.

    기아는 1분기에 68만8409대를 팔았다. 지난해 동기(64만8685대)보다 6.1%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1분기(64만9896대)보다 증가했다. 국내서 13만75대, 해외의 경우 55만8334대를 팔았는데, 지난해 대비 각각 11.4%, 5.0% 늘어났다.

    그럼에도 현대차·기아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반도체 수급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공장이 멈춰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코로나로 급감했던 수요의 회복이 나타났지만 눈앞에서 놓치고 있다.

    세단부터 가장 인기 있는 SUV까지 제때 만들지 내지 못하면서, 적기를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업계에 번지고 있는 4월 위기설을 넘어 ‘5월 위기설’까지 나오는 심각한 상항에 직면하게 됐다. 당장 그랜저와 쏘나타 등의 인도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차는 19~20일 아산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반도체 부품 수급에 차질이 발생했다”며 “협력 업체와 재고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재가동 시기는 오는 21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공장을 돌렸다가 멈추기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아산 공장은 반도체 품귀 현상에 지난 12~13일에도 휴업에 들어간 바 있다. 파워트레인컨트롤유닛(PCU)에 쓰이는 반도체가 동났기 때문이다.

    잇단 휴업으로 현대차의 생산 차질은 1만 대에 육박하고 있다. 그랜저와 쏘나타 4000여 대(아산 공장), 코나 5000여 대(울산 1공장) 등이다.

    반도체 부족 사태로 울산 1공장은 지난 7일부터 1주일 동안 라인을 세우기도 했다. 코나 전방카메라에 장착할 반도체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기아는 미국 조지아 공장 휴업에 이어 화성 공장 주말 특근을 시행하지 못하게 됐다. 지난달 현지에서 6만6523대를 팔면서 월간 기준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올려놓고, 외부 변수에 눈앞에 펼쳐진 호황을 놓치게 된 셈이다.

    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장 부족한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은 보통 주문부터 공급까지 12~16주가 걸리지만, 최근 들어선 38주까지 늘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반도체 부족으로 1분기에 주요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이 130만 대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공급 회복 노력은 기존 관측인 4분기(10~12월)가 아닌 내년 초에야 시작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승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4~6월)가 반도체 공급 부족 영향이 가장 클 것”이라며 “판매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