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4구 전셋값 하락세 전환, 마포·양천구도 가세서울 재건축 활성화 전망에 이주 수요 발생 우려 입주물량 감소 및 전월세 신고제도 전셋값 자극할 듯
  •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전세시장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올해 새롭게 도입한 공공전세주택 등을 통해 전세난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여전히 불안요인이 많은 만큼 안정화를 속단하기 이르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를 비롯 재건축 활성화에 따른 이주 수요 급증, 전월세 신고제 시행 등이 전셋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곳곳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진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4월 둘째 주(12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와 동일한 0.0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강남(-0.01%)·서초(0.01%)·송파(0.00%)·강동구(-0.02%) 등 강남4구는 지난 2019년 6월 둘째 주 이후 96주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마포(-0.01%)·양천구(-0.01%) 역시 같은 기간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관련업계에선 지난해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전셋값이 치솟았던 지역에서 대단지 입주가 시작된 점과 계절적 비수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셋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반영되면서 전세 매물이 쌓이고 매맷값과 호가도 내려가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도 지난해 '11.19 전세대책'에서 내놓은 공공전세주택 공급에 집중하고 있어 서울 전세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낙관론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다만 2분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대폭 감소하면서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국토부에 따르면 2분기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6560가구(민간 4885가구, 공공 1675가구)로 전년 동기(1만3000가구)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직전 분기(1만4000가구)에 비해서도 크게 감소한 수준이다.

    결국 입주 물량 급감에 따라 수요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셋값 상승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서울 재건축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전세시장 불안요인으로 지목된다. 오 시장이 부동산 관련 공약으로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를 내놓으면서 현재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은 상태다. 이에 따라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경우 이주 수요가 대거 발생하면서 전세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통상 재건축 이주 수요자들의 경우 기존 학군 등을 이유로 주변 지역에서 전세 매물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며 "재건축 사업이 활성화될 경우 이주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는데 이들이 입주할 수 있는 주변 지역의 전세 매물은 제한돼 있어 결국 호가가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전월세 신고제가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월세 신고제는 임대인이나 임차인이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지자체에 신고하게 하는 제도다. 임대차 보증금 6000만원을 초과하거나 월세가 30만원을 넘기면 신고해야 한다.

    앞서 국토부는 전월세 신고제를 과세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일각에선 집주인들이 임대소득이 과세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해 전셋값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이 올 초와 비교해 20% 이상 증가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호가가 계속 내려가고 있지만, 이미 오를대로 오른 만큼 최근 전셋값 상승률 둔화로 시장 안정화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하반기부터 입주 물량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셋값도 다시금 하향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