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장 검토 중인 카카오엔터·네이버웹툰100조원 몸값 쿠팡 사례...높은 기업 가치 평가 기대신사업·해외진출에 필요한 실탄 확보 노려상장 이후 비용은 부담...집단 소송 리스크도
  •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미국 증시 상장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양사 모두 웹툰·웹소설 플랫폼 인수에 나서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천명하고 나선 상태다.

    23일 IT업계에 따르면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이진수 카카오엔터 공동대표는 각각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 증시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먼저 미국 증시 상장을 언급한 곳은 카카오엔터다. 이 공동대표는 “쿠팡의 성공은 카카오엔터와 같이 글로벌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기업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줬다”며 “웹툰과 웹소설을 비롯해 디지털 콘텐츠 전반을 망라하는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가 20조원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카카오엔터 측은 “아직 상장을 추진하는 시장과 시기가 구체화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카카오엔터가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자 네이버웹툰도 곧바로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 CFO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성장하기 위해 세계로 가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이를 위해 네이버웹툰의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 가능성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 ▲ 콜리전 컨퍼런스 참가자
    ▲ 콜리전 컨퍼런스 참가자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행보를 상장을 앞두고 미국 현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퍼포먼스로 분석하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알렌 라우 왓패드 대표가 북미 테크 컨퍼런스 ‘콜리전 컨퍼런스’에 참석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앞서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을 바탕으로 약 4조원에 이르는 실탄을 확보한 이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을 비롯한 콘텐츠 사업 확장을 천명한 바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미국 증시 상장을 토대로 자금 조달을 계획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의 공통 목표인 글로벌 기업으로의 전환 측면에서도 미국 증시 상장은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는 각각 왓패드와 래디쉬 인수를 통해 원천 IP를 확보하고 시장을 확장하기 위한 준비 중이다. 미국 증시 상장은 자연스럽게 양사에 ‘글로벌 기업’이란 이미지를 부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증시 상장이 무조건적인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닌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증시의 경우 상장 요건이 국내에 비해 까다롭지 않은 대신,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기업이 진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까다로운 컴플라이언스를 어겼을 때 경영진 형사 처벌,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 등의 리스크가 존재한다.

    또한 상장 주관 금융사에 내는 수수료가 국내의 경우 공모가의 1%인 것에 비해 미국은 5%로 차이가 나며, 법률·회계 자문 수수료도 한국은 10억원, 미국은 최소 1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비용 부담이 큰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증시의 경우 상장 이후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국내에 비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며 “미국 증시 상장으로 4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한 쿠팡의 사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