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직 중심 체계 불만500여명 가입 의사 밝혀"지식노동도 합당한 가치 인정받아야"
  • ▲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뉴데일리DB
    ▲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뉴데일리DB
    자동차 업계 ‘맏형’인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또 다른 노동조합(노조)이 탄생하게 됐다. 기존 생산직 중심으로 짠 체계와 성과급을 둘러싼 내부 불만이 사무·연구직 노조 결성으로 번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사무·연구직 노조)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찾아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사무·연구직 만으로 구성된 노조가 탄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생산직 중심으로 된 급여체계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위원장은 1993년생인 현대케피코 소속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연구직 노조 가입 의사를 밝힌 직원 수는 500여 명으로 대다수 20~30대 젊은 층이다. 개설된 네이버 밴드에는 4500여 명이 모여 있다. 현대차부터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소속 직원도 다양하다.

    자발적으로 구성된 집행부는 먼저 산별노조를 설립한다. 규모가 커지면 지부 설립 등을 통해 조직형태를 바꾼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육체 노동에 못지 않게 지식 노동도 정당한 노력에 따라 합당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체계를 요구했다.

    통상 노동청은 신고서 접수로부터 3일 이내 설립 필증을 교부하고 있다. 이에 늦어도 오는 29일께에는 사무·연구직 노조가 공식 출범하고 노조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사무·연구직 노조가 설립된 배경에는 ‘공정’을 중시하는 MZ세대(1980~2000년 출생자)의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 성과가 나고 있음에도 성과급이 낮아지자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액이 103조9976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조7813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이 2019년 대비 22.9% 줄었지만, 3분기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실질 이익은 오히려 개선됐다.

    회사 측은 ‘세타2 GDI 엔진’ 관련, 2조1352억원의 품질 비용과 코나 전기차 리콜(결함 시정) 충당금 3866억원 등을 반영했다.

    지난해 현대차 직원의 평균 급여는 줄었다.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직원의 1인 평균 급여액은 8800만원이다. 이는 2019년(9600만원) 대비 800만원 줄어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직이 주축인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에 나서고, 기본급 동결 등에 합의하자 상대적으로 소외돼 온 사무·연구직 비판이 커졌다.

    현대차그룹 측은 이 같은 움직임에 당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직접 나서 사무·연구직을 달랬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장 사장은 최근 임직원에게 보낸 사내 메일을 통해 “직원과 회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성과급 기준을 만들고자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며 “열심히 노력한 분들이 더 보상받는 방안을 마련하고, 기준을 만들어 지급 시기도 최대한 앞당길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노사 관계에 변화도 예고되고 있다. 당장 생산직뿐 아니라 사무·연구직 노조까지 신경 써야 한다. 노조마다 현안에 이견을 보이는 경우 노사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성과체계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온라인으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성과에 대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평가를 해서, 보상이나 승진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문제가 있다면 빨리 바꿔서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