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후 참고인 조사 증거능력 두고 ‘공방’재판부 “특별한 사정 증명 못한다면 인정 불가”일부 증인, 검찰 조서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
  • ▲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 뉴데일리
    ▲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 뉴데일리
    2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재판에서 기소 후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두고 재판부가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20일 오전 10시부터 최 회장에 대한 5회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을 고소하고 지위가 불안한 사람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기본적으로 검찰이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명하면 채택하지 않을까 한다. 40개(조서)를 된다 안된다 일률적으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정경심 판례 등은 의견서에 쓴 것처럼 공소제기 후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제기 전과 마찬가지”라며 “분명한 건 검찰에서 특별한 사정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3일 열린 4회 공판에서는 검찰 측이 40개의 진술조서를 추가 증거로 신청하며 지난해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심 재판 사례를 들었다. 당시 재판부는 검사가 작성한 참고인들에 대한 진술조서가 공소 제기 후 작성됐다고 해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한 바 있다.

    이에 재판부는 “증인의 지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증언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변호인 측도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 측이 요청한 SKC 전직 사외이사, SKC 법무팀 직원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오전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허모 전 SKC 사외이사는 검찰 조사 당시 증언한 내용을 상당 부분 부인하기도 했다.

    그는 “(수사 당시) 수사관에게 진술을 제가 하는 게 아니라 수시관이 타이핑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수사관이) 하는 말이 녹취가 아니고 진술이라 자기들도 안을 만들어온 걸 가지고 맞냐 틀리냐를 물어보더라고 하더라”며 “자료 조사한걸로 틀을 다 만들어가지고 그런가보다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 조서를 바탕으로 2012년 당시 SKC 이사회가 SK텔레시스에 대한 유상증자 결의안에 찬성하게 된 경위를 심문하면서 “(증인은) 당시 중계기 사업이 수익성이 괜찮은 사업인데 중국에서 저가 중계기가 들어오면서 잘 나오던 사업성이 악화됐고 그에 따라 최 회장이 증자 참여를 요구했다고 답변했다”고 사실관계를 묻자 허 전 이사는 “조사 받기 전까지 중국 중계기 관련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며 “수사관이 이야기한 것이 직접 진술한 것처럼 된 것 같다”고 답변했다.

    재판부는 “증인이 말을 길게 하는 분도 아니고 대부분 자료를 그날 처음 본 것 같다”며 “아마 (수사관이) 설명은 길게 해 줬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지만 그런 부분이 증인이 직접 증언한 것처럼 정리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검사 측은 “(증언 내용 중) ‘SK그룹에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할 수 없다’, ‘게 눈 감추듯’ 같은 용어는 수사기관이 사용하는 용어는 아니다. 증인이 직접 말한 게 아니냐”고 질의했으나 증인은 명확한 답을 회피했다.

    최 회장은 계열사에서 2235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올 3월 재판에 넘겨졌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