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혁신안 예고후 지자체·시장서 반대 목소리↑3기신도시-임대주택 등 주택공급 '적신호' 우려 잇따라일각 "공기업 늘려 조직 비대화 여전"…인적쇄신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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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분할하고 규모를 축소하면 당장의 통제는 수월해질 수 있겠지만, 근본적 문제 해결은 되지 않고 행정의 비효율 등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해 강도 높은 혁신안을 마련할 것을 예고하면서 일부 정치권과 지자체, 시장에선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다. LH가 3기 신도시 조성 및 2.4공급대책 등 부동산정책의 핵심 업무를 담당해온 만큼 향후 주택공급에 차질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더욱이 단순히 조직만 분리하는 내용의 혁신안은 실질적 조직 비대화를 유발, 업무의 비효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H 본사가 위치한 경남 진주에서는 정부의 LH 혁신안을 두고 경제계 인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사실상 LH를 해체하는 수준의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점에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진주상공회의소 회장단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1만여 명의 전체 직원 중 1%도 안 되는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로 인해 국내 최대 공기업이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있다"며 "LH는 연간 1000억원이 넘는 경제적 기여와 양질의 일자리에 목말라 있는 지역 청년들에게 희망을 줬다. 정부는 해체 수준의 개혁안을 언급하며 모자회사 도입 등을 시사했지만, 작은 상처 때문에 큰 수술을 하고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명의의 처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시장에서도 정부가 대규모 주택공급을 위해 대대적으로 발표한 3기 신도시 조성 및 2.4공급대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앞서 정부는 2.4공급대책을 통해 전국에 총 83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추진 중인 127만가구 공급계획과 합치면 역대 정부 최대 규모인 210만가구에 달한다. LH의 경우 해당 물량 중 수도권에서만 60% 이상을 담당하는 등 정부 주택공급대책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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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우려도 높다. 현재 LH는 택지개발사업 등을 통해 거둬들인 이익으로 주거복지사업을 지원하는 교차보전 방식을 활용하고 있지만, 조직 분리 시 이같은 방식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임대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LH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 운영 중인 임대주택은 113만여가구로 운영 손실은 가구당 1억5000만원 수준이다.정부는 LH 혁신안과 별개로 주택공급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입장이지만, LH 해체 또는 조직 분리는 주택공급에 악영향을 미치며 부동산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대규모 주택공급을 계획한 상황에서 LH와 같은 거대 조직을 섣불리 개편하는 것은 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다 줄 수 있다"며 "혁신안에는 전반적인 주택공급업무를 LH에 둔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조직 분리에 따른 문제들로 인해 3기 신도시, 도시재생 등 중요한 주택공급사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혁신안에 따라 LH 조직이 2~3개 자회사로 분리될 경우 조직이 비대화되면서 오히려 업무의 비효율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여당의 압박과 성난 민심만을 의식한 조직 분리 방식은 본질적 쇄신 방향을 잃은 보여주기식 개편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여기에 자회사 분리에 따른 낙하산 인사 가능성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과거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합병한 이유는 바로 업무효율성 때문이다. 조직이 분리되고 바뀌면 사장 선임이나 업무 분장 등으로 인해 조직이 안정될 때까지 발생하는 문제도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분리하는 쪽을 택할 경우 전관예우를 근절하고 전문가 위주로 공모를 통해 인사를 철저히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기존 비대화된 LH를 축소하기 위해 조직을 분리한다지만 이는 공기업수만 늘리면서 실제로는 더 비대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공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경영 투명성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단순한 조직 분리가 아닌 강력한 인적 쇄신이 시급한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