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대 구조조정 마무리'소비재→중후장대→친환경기업' 변신 착착두산 영업익 403%↑, 두산重 7분기 만에 순이익
  • 두산그룹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불과 1년만에 3조원대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실적, 주가 모두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4월27일.

    두산그룹은 자산 매각을 핵심으로 하는 3조원의 자구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이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긴급 수혈 받은 대가였다. 

    1998년부터 사옥으로 쓰던 동대문 두산타워(8000억원)을 팔았다. 연이어 클럽모우CC(1850억원)와 두산솔루스(6986억원), 두산모트롤BG(4530억원) 등이 두산 품을 떠났다. 그룹 캐시카우인 두산인프라코어(8500억원) 마저 현대중공업그룹에 넘겨야 했다.

    애지중지하던 계열사들을 떠나 보내며 3조원을 마련한 두산은 인프라 매각이 마무리되는 3분기엔 자구안을 매조짓게 된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산업은행 조차 '구조조정 모범생'이라고 부를 만큼 쾌속 정리였다.

    다시금 시장과 채권단의 신뢰를 쌓은 두산그룹은 실적과 주가 모두 빠르게 정상화되며 신성장 그림을 그리고 있다. 두산 측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낸다는 일념으로 전력투구를 해왔다"며 "수소·드론 등 신사업을 바탕으로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그룹 지주사인 ㈜두산은 지난 1분기 398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403.6% 늘었다. 순이익은 4023억원으로, 전년 동기 3799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두산중공업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7분기만에 순이익을 기록했다. 두산을 위기에 빠트렸던 두산중공업이 1년여만에 두산의 재기를 이끄는 기업이 됐다.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558% 증가한 372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순이익도 2481억원으로, 11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두산중공업은 차세대 원전 SMR(소형 모듈 원전)과 수소, 해상풍력, 가스터빈을 4대 성장사업으로 잡고 2025년까지 수주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아픈 손가락’이던 두산건설 분위기도 달라졌다. 1분기에만 169억원 영업이익을 내 전년 동기 대비 55% 늘었다. 2010년 1조7000억원대였던 순차입금이 올 1분기 825억원으로 대폭 줄어드는 등 재무 구조도 좋아졌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도 분기 기준으로 최근 10년 새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구조조정이 막바지에 이르며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올해 하반기부터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채권단 관리를 졸업하고 순차입금을 2조4000억원으로 낮추는 것에 성공한다면 그룹의 신용등급은 높아질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된다"면서 "단기차입을 장기차입으로 전환 시키면서 금융 비용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각각 BBB, BBB-인 두산과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이 상승하면 두산그룹의 재무적 리스크는 10년만에 헷지될 수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 등으로 인하여 두산은 차입금 감축 등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두산중공업의 재무적 여력이 개선됨에 따라 잠재적 지원 부담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