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역공'소액주주 권리 강화 → 이사회 수성 전략이사회 상한 19명 … 의장, 사외이사가MBK·영풍 "꼼수" 반발 vs 최 회장측 "적법"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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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집중투표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윤범 회장 측은 내달 예정된 주주총회 안건으로 집중투표제를 상정,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하면서 MBK파트너스·영풍의 이사회 장악 시도를 막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둔다는 방침이다.26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소액주주 권한 및 보호장치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안건을 오는 1월 23일 임시주총에 올리기로 의결했다. 안건에는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과 소액주주 보호 규정 신설, 분기 배당 도입, 발행주식의 액면 분할 등 내용이 담겼다.앞서 최 회장은 지난달 유상증자 철회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약속을 지키면서 소수 주주의 권리 강화 등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안건들을 대거 상정, 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의 표심 공략에 나선 모양새다.특히 고려아연은 이사회의 이사 수 상한을 19명으로 제한하고, 주주 유미개발이 제안한 집중투표제를 주총에서 다룰 예정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가 총 13명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MBK 측이 14명의 신규 이사 선임을 요구, 이사 수가 지나치게 많아질 수 있는 문제점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당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이사를 10명 선임한다고 하면, 1주에 10개의 의결권을 갖는다. 이렇게 부여된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집중해 몰아줄 수도 있어 주로 소액주주 보호 방안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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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영풍 연합은 주총 표 대결에서 불리한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분쟁을 장기화,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악용하려 한다며 맞서고 있다. 아울러 고려아연 정관에 집중투표제가 허용돼 있지 않으므로 집중투표제를 전제로 한 이사 선임안은 법률 위반으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MBK·영풍은 “최 회장 측 집중투표제 관련 주주제안은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을 연장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며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 선임이 이루어지는 경우 최 회장 측 지분 의결권을 본인이 추천한 이사들에게 집중해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MBK·영풍 측이 이사회 과반을 선임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MBK 측은 내달 주총에서 14명의 신규 이사를 선임, 이사회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집중투표제 도입 시엔 3%까지만 의결권을 사용할 수 있는 ‘3%룰’에 따라 영풍(24.42%)과 MBK(7.82%)는 각각 최대 3%씩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지분이 잘게 쪼개져 있는 최 회장 측 의결권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고려아연은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하고 이사회 다양성을 강화함은 물론 최 회장 등 현 경영진의 기득권은 상당수 내려놓는다는 측면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주총 정관변경을 통한 집중투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이사 선임안 상정에도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게 고려아연 입장이다.고려아연 측은 “상장 회사가 정관에서 집중투표를 배제하고 있는 경우에도 주주가 회사에 집중투표를 도입하는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을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하는 것은 상법상 적법하다”며 “또한 주총에서 정관변경이 가결되는 것을 조건으로, 변경된 정관에 따른 주주제안을 사전에 하는 내용의 조건부 집중투표 역시 합법하다”고 설명했다.실제 정관변경안이 가결되는 것을 조건으로 주총 안건이 상정된 사례가 상당수 존재한다. 2021년 3월 한진 주총에서는 이사 수 상한을 늘리는 정관변경안 가결을 전제로 이사 3인을 추가로 선임하는 주주제안이 상정됐고, 2024년 11월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도 같은 내용을 전제로 이사 2인을 추가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됐다.고려아연은 아울러 외국인 및 재무 전문가, 위기관리 전문가 등을 사외이사로 추가 선임하고 여성 사외이사를 추천하기로 한 안건도 임시주총에 올렸다. 소수 주주 보호를 위한 규정 신설과 분기배당 도입, 발행주식 액면분할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도 안건으로 상정했다.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임시주총 안건으로 상정한 ‘이사 수 상한 설정’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도 적극 권고하는 사항”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이사회’ 탄생을 막고 소액주주를 비롯해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주주친화 정책도 한층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