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삼성 지분 매입… 빅딜 6년 만에 마무리'부채 과중' 한화에너지, 건전성 '부정적'한화솔루션 4700억어치 매입… "추가 재무 부담 모니터링"'변죽만 울린' 일방적 상장 철회, 금융투자업계 신뢰 추락 우려도
  • ▲ 한화-삼성 빅딜 일지. ⓒ한화
    ▲ 한화-삼성 빅딜 일지. ⓒ한화
    한화가 삼성이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잔여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서 상장을 철회했다. 한화종합화학이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신청을 한 지 20일 만이다.

    이번 지분 매입의 주체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솔루션이 1조원을 조달해야 하는 만큼 단기 재무안전성 저하가 우려되며 일방적인 상장 철회로 시장 신뢰도가 추락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상장 철회에 따른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삼성그룹이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를 약 1조원에 사들인다. 삼성물산이 보유하던 한화종합화학 지분 20.05%, 삼성SDI가 보유하던 지분 4.05%를 각각 8210억원, 1658억원에 한화가 인수한다.

    앞서 한화는 2015년 삼성으로부터 한화토탈, 한화종합화학, 한화탈레스, 한화테크윈 등 방산·화학 계열 4개사를 약 2조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이번에 삼성 측에 남아있던 한화종합화학(당시 삼성종합화학)의 지분을 한화가 모두 인수하면서 두 그룹간 빅딜이 6년 만에 마무리됐다.

    빅딜 당시 한화 측 자금 사정을 고려해 삼성이 삼성물산과 삼성SDI를 통해 보유한 지분 24.1%를 남겨두는 식으로 협의했다. 대신 양 그룹은 한화종합화학의 IPO를 2022년까지 진행해 삼성 계열사들의 잔여 지분 매각을 지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번에 한화가 삼성 측 지분을 직접 매입하기로 하면서 IPO 추진 이슈도 사라지자 상장 계획도 철회된 것이다.

    한화 측은 "한화종합화학 상장 절차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삼성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는 협상을 최근까지 병행해왔다"며 "상장 계획이 갑자기 철회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자금이 소요되면서 매각대금 지급 주체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솔루션의 재무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수대금 1조원은 한화종합화학의 대주주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솔루션이 세 차례에 걸쳐 나눠 내게 된다. 거래종결일인 7월30일 2083억원을 1차로 지급하고, 2차 지급금과 3차 지급금은 각각 거래종결일로부터 1년과 2년 지난날에 1562억원씩 지급할 예정이다.

    힌화 측은 양사 보유현금으로 1차 대금을 지급하고, 2·3차 대금은 향후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나눠 낼 계획이다.

    한화에너지는 삼성SDI 및 삼성물산이 보유한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12.5%를 인수할 예정으로, 지분 취득금액은 총 5138억원이다. 기존 보유지분 39.2%(1분기 말)와 합산시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51.7%를 보유하게 돼 한화에너지의 연결 기준 종속법인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한화에너지의 경상적인 현금흐름 및 보유 현금성 자산에 비해 이번 지분인수 규모는 과중한 수준으로, 인수대금 지급을 위한 추가적인 외부 차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너지는 해외 태양광 발전사업 투자를 비롯해 올해 이후 통영LNG복합화력발전·LNG터미널 사업 출자가 개시되면서 국내외 투자에 따른 재무부담이 중단기 지속될 전망이다.

    1분기 기준 한화에너지의 부채 규모는 3조4851억원, 부채비율은 221%로, 최근 3년간 지속 악화하고 있다. 같은 기간 차입금 규모 2조6461억원, 차입금의존도 168% 역시 불어나고 있다.

    이에 반해 유동비율은 최근 3년 평균 88.9%로 열위한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3년 평균 4111억원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지난해 3분기 16.1% 이후 영업이익률도 저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최근 태양광 사업 투자 확대로 재무부담이 상당히 과중한 상태"라며 "이번 지분 취득 결정으로 5000억원을 상회하는 신규 자금 소요가 발생한 점은 재무적으로 부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번 거래 조건에 따라 한화에너지는 인수자산을 일시에 인식하지만, 인수대금은 3년에 걸쳐 지급하는 만큼 재무부담이 일시에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인수개요. 거래대금에 이자 포함. 자료=공시자료. ⓒ한국기업평가
    ▲ 인수개요. 거래대금에 이자 포함. 자료=공시자료. ⓒ한국기업평가
    한화솔루션은 삼성SDI 및 삼성물산의 지분 11.6%를 인수할 예정이며 지분 취득금액은 4730억원이다. 기존 보유지분 36.0%(1분기 말)와 합산할 경우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47.6%를 보유하게 되며 기존과 동일하게 2대 주주의 지위를 유지한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한화에너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 소요에 따른 충격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및 자산 유동화 등을 바탕으로 1분기 기준 보유 현금성 자산이 2조6000억원대로, 추가적인 외부 조달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유동비율 역시 1분기 기준 2018년 89.6%를 저점으로 올해 127%까지 지속 개선 중으로, 부담도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다만 추진 중인 기존 핵심사업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수전해 기술 개발, 태양광 모듈 신기술, 태양광 발전 개발 사업 등에 대규모 자금 소요가 지속될 예정인 만큼 이번 지분인수와 함께 향후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의 변화 수준은 모니터링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IPO를 중단하면서 한국거래소와 투자자들의 혼란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볼멘소리도 나온다. 때문에 향후 IPO를 재추진할 경우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입장에서는 상장 준비부터 거래소 예비심사까지 이르는 모든 과정에 인력과 비용을 투입했음에도 상장 수수료는커녕 그간 들어간 비용도 받지 못할 상황에 부닥쳤다. IPO 주관 보수의 경우 청약 절차가 마무리된 후 성공 보수 개념으로 제공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 상장 주관은 대체로 회사 측의 요구사항이 까다로워 품은 품대로 들지만, 상장 지연 등 변수가 많다 보니 수월한 딜은 아니다"라며 "상장 작업 준비만 2~3년 하다가 철회하면 수수료조차 못 받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거래소 역시 시간과 인력만 낭비했다는 후문이 나오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이 4일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할 때 '패스트트랙(우량기업 심사 간소화)' 제도를 활용한 탓에 이미 내부에서 서류 검토는 물론, 상장 적격성 심의까지 나서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IPO 기업이 패스트트랙 제도로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할 경우 거래소는 45영업일이 소요되는 심사를 20영업일 안에 빠르게 끝마쳐 줘야 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을 신청한 지 13영업일 정도 지난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거래소 심사역들은 관련 서류 검토 작업을 마무리하고 심의를 진행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한화의 갑작스러운 상장 보류 선언으로 거래소 역시 시간만 허비하게 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IPO를 기다려온 투자자들 역시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연간 단위로 자금을 운용, 정산하는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3분기 IPO 성수기를 맞아 기업별로 투자 여부와 투입자금 규모 등에 대한 논의 및 전략을 짜고 있었다. 하지만 예비심사까지 신청한 한화종합화학이 돌연 IPO를 보류하면서 계획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셈이다.

    IB(투자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추후 IPO를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전 소통 없는 일방적인 행보로 시장의 평판을 잃은 것"이라며 "향후 기업가치가 월등히 높아져서 주목받지 않는 이상 주관사 선정이나 거래소 심사, 투자자 모집 등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지분 인수로 향후 승계 자금에 대한 이슈는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인 한화종합화학은 한화토탈 등 자회사들의 실적이 주요 수입원으로 꼽힌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가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되면 배당률을 높여 한화토탈→한화종합화학→한화솔루션→에이치솔루션 순으로 얼마든지 현금을 당겨올 수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 3남이 3분의 1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승계 구도에 중요한 회사로 꼽힌다. 그동안 삼성물산과 삼성SDI를 한화종합화학의 주주로 투며 배당률 상향이 부담이었지만, 이번 지분 인수로 상황이 달라졌다.
  • ▲ 지분 취득 후 한화종합화학 주주 구성 및 지분율 변화. 자료=한화종합화학. ⓒ한국기업평가
    ▲ 지분 취득 후 한화종합화학 주주 구성 및 지분율 변화. 자료=한화종합화학. ⓒ한국기업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