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시설물업 유효기간을 2029년 말까지 유예 의결국토부, 건설업종 개편작업에 제동..재심의 요청시설물관리업계, 법적투쟁 예고..헌법소원 본안 심사단계
  • ▲ 지난해 7월 시설물유지관리업계 전국 사업자 2200여명이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업종 폐지 철회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 지난해 7월 시설물유지관리업계 전국 사업자 2200여명이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업종 폐지 철회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정부가 추진중인 건설업종 개편안의 주요 내용인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 방안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2029년까지 업종폐지를 유예하라고 통지했다.

    폐지에 반대하며 장기간 시위를 이어온 시설물유지관리 사업자들은 즉각 환영의 입장을 밝혔지만 국토교통부는 즉각 재심의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건설업종 개편작업 전반에 혼선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당분간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권익위는 지난달 28일 시설물업 종사자 2만4535명이 신청한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 이의' 건에 대해 "시설물업 유효기간을 2029년 말까지 유예하고 세부 시행방안을 논의하라"고 의결했다. 권익위 조사는 약 8개월에 걸쳐 이뤄졌다.

    권익위는 유예기간 동안 당사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업종폐지로 인한 영향력을 모니터링해 시설물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미비점을 수정·보완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권익위의 결정은 사실상 현재 진행 중인 건설산업 생산체계 개편과 정면 배치된다. 앞서 국토부는 2018년부터 건설산업의 업역·업종 개편을 추진한 결과, 시설물업을 폐지하기로 하고 기존 업체는 2023년 말까지 종합건설업이나 전문건설업으로 전환하도록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시설물업계는 완공된 시설물의 유지 보수 공사만 수행해 오다가 갑자기 신축 공사를 포함하는 업종으로 전환하는 것은 지나친 부담으로 작용해 경영난을 겪거나 결국 폐업할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급기야 권익위에 구제를 신청했다.

    권익위는 국토부가 2019년 8월 무렵 건설업종 개편 논의 회의에서 시설물업 처리 방안을 나중에 논의하기로 해놓고 다음해 1월에 갑자기 폐지 결정을 통보하는 등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시설물업계의 주장을 인정했다.

    또 국토부가 업종폐지 배경으로 주장한 시설물업종의 만능면허, 타 업종 간 분쟁, 불법하도급 등도 업종폐지 사유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권익위 결정 내용을 즉각적으로 수용해서 불합리한 부분을 정상화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법적투쟁을 통해 압박의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앞서 시설물유지관리협회는 지난 3월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을 폐지하는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이 현행 시설물안전법 등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행정입법 부작위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법안은 현재 사전심사를 마치고 본안 심사단계에 올라간 상태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런 권익위의 결정에 대해 재심의를 요청한다는 입장이다. 개별업체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충분한 논의를 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시설물유지관리업계의 업종전환 관련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업계 의견을 청취해나가면서 권익위 의견표명에 대해 향후 재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역 폐지를 주장해온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시설물유지관리업을 애초 계획대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협회 관계자는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당초 논의 방안대로 전문건설업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종합건설업 전환을 통해 전문건설시장에 편법으로 진출할 경우 시설물유지관리업 전환 정책은 그 효과가 미미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