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네이버 대환대출 플랫폼 진출 시 종속 우려지난 4월 네이버페이 후불 결제 도입 당시 카드사 반발네이버 지정대리인 통해 여신업 전개... 사실상 금융사 역할
  • 네이버가 금융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이 적극적인 견제에 나섰다. 금융권의 반발에 금융당국이 규제를 검토하면서 네이버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와 비바리퍼블리카(토스), NHN페이코, 뱅크샐러드 등 12개 테크기업이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 의사를 밝혔다.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파이낸셜이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최종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은행을 비롯한 여러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를 한 번에 비교하고, 저렴한 대출로 절차없이 교체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금융당국이 빅테크 기업 위주로 플랫폼을 운영하겠다는 방향성을 언급하면서 은행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대출 상품 공급업자로 전락하고,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 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수수료율을 금융권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면서 불만은 어느 정도 사그라든 상황이다.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는 빅테크의 조건을 금융권이 결정하게 되면서 주도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된 것.

    반면, 네이버나 카카오 등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은 중개수수료가 수익사업으로 직결되는 점에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한다.

    네이버와 금융권의 마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금융위원회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혁신금융으로 지정하면서 월 최고한도 30만원 내에서 후불결제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결제 시 충전금액이 부족해도 30만원 내에서 나중에 결제를 할 수 있는 것.

    네이버파이낸셜은 사회 초년생이나 주부 등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란 입장이다. 하지만 카드 업계에서는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사실상 '하이브리드 체크카드'와 같은 것으로 분석한다.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도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와 유사한 방식으로 계좌에 있는 잔액이 부족할 경우 최고 30만원 한도 내에서 후불결제가 가능하다.

    특히 하이브리드 체크카드가 1인당 2매로 발급카드 수가 제한되는 것과 달리, 빅테크 기업은 제한이 없다. 연내 카카오페이를 비롯해 토스 등이 추가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카드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여신 및 보험업에서도 마찰은 계속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정대리인’ 지위를 통해 여신 및 보험업에 진출했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업체들의 판매 실적을 바탕으로 신용도를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에셋캐피탈이 최대 9.9% 중금리 대출을 제공한다.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은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대출 약정액 500억원을 기록하며 급성장 중이다. 네이버는 “기존 사업자 대출 시장에서 소외되거나 다소 불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온라인 중소상공인(SME)을 포용하기 위한 양사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지정대리인인 네이버파이낸셜이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업체의 판매 실적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대출 심사를 하고 있는 만큼 네이버가 사실상 대출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미래에셋대우 자산관리계좌 네이버통장’이 예금 통장과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어 네이버가 금융사 수준의 규제는 받지 않으면서 사실상 금융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네이버와 금융권의 마찰이 계속되자 빅테크에도 전통 금융권과 동일한 잣대로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금융사업은 현재 우회 경로를 통해 확장 중이기 때문에 금융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출에 동일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금융권의 반발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