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뱅 라인 보안사고 빌미로 네이버 지분매입 시사손정의 회장, 최대 88조원 AI 사업에 투자 방침 밝혀라인야후 경영 주도권 통해 2억명 사용자 인프라 확보메신저·간편결제·의료 등 양질의 데이터 서비스 연계 가능"생성형 AI 시대, 데이터 주권 확보해 시장 우위 선점"소뱅 구상 실현시 네이버는 물론, 韓 전체 AI 전략 심각 타격 불보듯
  • ▲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AP/뉴시스
    ▲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AP/뉴시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불거진 라인야후 경영권 분쟁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소프트뱅크의 AI 패권 구상이 내포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술 변화에 맞춰 주력 사업을 전환해온 손정의 회장이 AI 혁명에 대응할 사업 준비를 구상 중"이라며 "최대 10조엔(약 88조원) 규모를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손 회장의 핵심 구상은 'AI 반도체' 개발이다. 미국 엔비디아처럼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팹리스) 형식으로 2025년 가을까지 양산 체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소프트뱅크가 90%가량 지분을 보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에 새 조직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구체적 실행 방안도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의 AI 관련 투자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라인 지분매입 목적이 AI 전략 수행을 위한 ‘데이터 확보’에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의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일련의 움직임이 전략적으로 국가적 AI 산업을 육성하려는 차원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일본 정부는 대규모 보안사고를 빌미로 네이버에 경영체제 개선을 요구하면서 지분매각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사로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가졌다. 네이버가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소프트뱅크와 협의한다고 밝힌 만큼, 사태 해결을 위한 양사 협상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소프트뱅크 입장에서 보면, 라인야후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지분매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미 경영권은 소프트뱅크에 있으며, 네이버가 지분매각을 고려한 것은 이번 사태 이전부터 지속돼왔다는 설명이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앞서 네이버 라인 관련 브리핑을 통해 "이사회 구성 등을 볼 때 라인야후의 경영권은 2019년부터 사실상 소프트뱅크에 있다"며 "네이버는 자사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라인야후에 접목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분매각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중장기적 비즈니스 관점에서 검토해 왔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프트뱅크는 실적발표를 통해 네이버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 설명회를 통해 ”100% 지분을 획득하면 여러가지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다“며 ”51대 49 정도라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A홀딩스 지분을 1%라도 사들이면 라인야후의 경영 주도권을 가져오게 되지만, 이것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취지다. 지분 전량매입 등을 통해 네이버를 사업에서 완전히 배제하면서, 일본 내 라인과 연결된 각종 서비스와 사회적 인프라를 소프트뱅크로 가져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략적 AI 육성을 위한 구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라인은 메신저를 기반으로 쇼핑과 간편결제, 뉴스를 비롯해 비대면 진료와 동영상 숏폼까지 사업영역이 다양한 만큼 AI 개발을 위한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를 완전히 밀어내야만 2억명의 사용자를 가진 라인의 글로벌 인프라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라인의 서비스에는 네이버의 AI 기술도 일부 적용된 만큼 향후 사업에서 네이버를 제외하고 자체 기술력을 향상시키려는 의도도 보인다. 더 나아가서는 네이버와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결렬하고, AI 패권을 놓고 다투는 경쟁 기업으로서 포지셔닝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소프트뱅크는 AI 기술과 관련해 네이버가 아닌 오픈 AI와 사업협력을 모색한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의 데이터주권 확보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며 AI 육성과 산업 확장 등 여러 측면이 고려됐을거라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소프트뱅크의 구상이 실현될 경우 네이버는 물론, 한국 전체의 AI 전략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는 문제와 더불어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할 때 필요한 데이터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며 "지분 매각을 하게되면 동남아 사업권도 소프트뱅크가 가져가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