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SH 매입임대 현황 분석발표' 기자회견 "집값 급등세 불구 무분별하게 매입…예산낭비"SH공사 "작은 토지서 최대 효율 발휘" 반박
  • ▲ 경실련 관계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SH 매입임대 현황 분석발표 기자회견에서 매입임대주택 공급 중단을 촉구하는 모습. (왼쪽부터)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윤은주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 백인길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대진대학교 교수). ⓒ경실련
    ▲ 경실련 관계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SH 매입임대 현황 분석발표 기자회견에서 매입임대주택 공급 중단을 촉구하는 모습. (왼쪽부터)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윤은주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 백인길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대진대학교 교수). ⓒ경실련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가 매입한 주택의 취득가가 공공택지 아파트 건설원가에 비해 2~3배 가량 비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SH가 매입한 서울 금천구 시흥동 다가구 주택의 취득가는 400억원으로, 지난 2017~2020년까지 취득가 상위 5개 주택을 합하면 13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매입임대주택이 정부와 공기업의 이득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즉시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실련은 26일 SH 매입임대 현황 분석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집값을 잔뜩 올려놓고 허술한 심의위원회와 엉터리 감정평가 방식으로 비싼 주택을 사들이는 매입임대 공급을 집중적으로 늘리고 있다"며 "예산낭비와 부정부패를 조장하는 매입임대주택은 짝퉁 공공주택에 불과하다. 집값 거품이 빠지기 전까지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SH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SH 매입임대 현황 자료(2002년~2020년)'를 분석한 결과, 지난 19년 동안 다가구 등 주택 2만 세대(1730채)를 4조원에 사들였다고 분석했다. 이 중 84%(1만7533세대)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공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세대당 취득가 역시 이명박 전 시장 재임 당시 6000만원에서 박 전 시장 때에는 2억1000만원으로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세대당 토지면적은 27.44㎡(8.3평)에서 25.12㎡(7.6평)으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토지면적은 줄어들고 매입가는 상승했음에도 서울시와 SH공사가 무분별하게 기존 주택을 매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입임대주택은 기존 다세대 주택, 다가구 빌라 등을 재정이나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받아 SH 등이 매입해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주택이다.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일 경우 경매 등을 통해 확보, 공공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 이후 집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비싼 기존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예산낭비와 부패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게 경실련 측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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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실련에 따르면 현 정부 이후 취득가는 평균 평당 1640만원이며, 가장 높은 가격에 매입한 서울 강동구 암사동 다가구 주택의 경우 평당 269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공택지 아파트 건설원가의 각각 1.8배, 2.9배 수준이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다가구 주택은 400억원에 매입해 건물 한 채당 취득가가 가장 높았으며, 이를 포함한 상위 5개 건물의 취득가는 133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윤은주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는 "(SH공사가) 수십, 수백억의 예산을 투입해 매입하고 있지만 매입가의 적정성 여부 등 검토는 허술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게다가 매입 여부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10명의 심의위원의 심의 후 결정되고 있고, 그 과정도 불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피력했다.

    경실련은 물량 늘리기식 정책을 즉각 중단하는 한편 용산정비창, 강남 서울의료원, 불광동 혁신파크 등 국공유지를 공공이 직접 개발·분양하는 방식의 공공주택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백인길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대진대학교 교수)은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다양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대규모 택지 개발을 못하니까 높은 가격에 매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공유지를 활용한 소규모 개발을 통해 임대주택을 확보한다면 지금보다 저렴하게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SH공사는 경실련 입장에 대한 반박 자료를 통해 "매입임대주택은 대규모 택지 개발사업 대상지가 고갈되고 있는 서울시내에서 '작은 토지에서 최대의 효율'을 발휘하는 공공임대주택사업"이라며 "영구임대아파트의 공급이 한정된 현 상황에서 주거 취약계층의 신속한 주거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도심내 신속한 공급에 초점을 맞춘 매입임대주택과 대규모 아파트 건설사업의 택지비·건설비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를 단순 비교해 '진짜' 혹은 '짝퉁' 임대주택으로 표현하는 것은 매입임대주택 거주자들에게도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