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법하도급 근절 및 해체공사 관리 강화 방안 발표불법하도 인명사고 최대 '무기징역', 피해액 '10배' 배상업계·학계 "처벌강화 취지 공감, 책임여부 신중히 기해야"
  • ▲ ⓒ국토교통부
    ▲ ⓒ국토교통부
    정부가 지난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와 관련, 불법하도급 차단을 위해 인허가청의 사후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불법하도급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대 무기징역에 처해진다. 피해액의 최대 10배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새로 만든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와 학계는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처벌 강화 취지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처벌 대상과 수준에 대한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0일 정부는 건설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 및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토대로 '해체공사 안전강화방안'과 '건설공사 불법하도급 차단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지난 6월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4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데 따른 조치다.

    우선 해체공사 안전강화방안을 살펴보면 해체계획서 작성 자격기준을 신설하고 해체허가 대상을 확대한다. 해체허가 대상의 지방 건축위원회 심의도 의무화한다. 실제 공사 착수 여부 및 지정감리와의 계약 여부 등을 확인하는 착공신고제를 도입하며, 중요 해체작업시 영상촬영을 의무화한다.

    이와 함께 지자체의 지역건축안전센터 설치를 확대하고 착공신고 수리 전 현장점검을 통한 안전 확인을 의무화한다. 아울러 해체공사 관계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해체계획서와 상이한 시공에 대한 처벌 기준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건설공사 불법하도급 차단방안과 관련해선 인허가청의 사후처벌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와 지자체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며 불법하도급과 관련한 처벌 대상을 기존 원·하도급사에서 발주자, 원·하도급사, 하수급사로 확대했다. 처벌 수준은 기존 3년 이하 징역에서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사망사고시 무기징역)으로 강화한다. 

    이밖에도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해 사망사고 발생시 피해액의 최대 10배를 배상하도록 했으며, 불법하도급과 관련해 자진신고 및 증거 제공시 처벌을 면제·감경하는 등 시공사간 상호 감시·견제를 유도한다. 건설기술인의 과다 수주를 차단하기 위해 이들이 중복 관리할 수 있는 현장도 기존 3곳에서 2곳으로 축소한다.
  • ▲ ⓒ국토교통부
    ▲ ⓒ국토교통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인 만큼 건설업계와 학계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건설현장 사고의 경우 자칫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방안이 사고 예방에 상당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부가 불법하도급과 관련, 처벌 대상 및 수준을 확대한 점에 대해선 신중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건설사 한 관계자 역시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불법하도급과 관련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처벌 수위는 지금도 충분히 강하다. 대부분의 원도급사도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원도급사가 불법하도급 금지조항을 넣어도 하도급사가 암암리에 재하도급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하도급사의 경우 개인사업자도 많기 때문에 계약 이후 과정을 면밀히 살피기도 어렵다. 사고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져야 하지만 책임 여부에 대해선 신중한 판단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전에 대한 내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에 불법하도급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처벌 대상과 처벌 수위에 대해선 신중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처벌이 이뤄질 경우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사회적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국토부와 지자체에 부여하는 특별사법경찰권과 관련해선 "현재 법에서 조사가 불가능하다면 해야겠지만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꼭 필요한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단순히 사후처벌을 강화하기보다는 불법하도급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처벌 내용 대부분이 기존에 없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 실효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처벌만 강화한다고 불법행위가 없어지지는 않는다"며 "불법하도급의 경우 발주자인 조합이 원도급사에 특정 업체를 지정해 발생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