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선언 3개월, 반기보고서에 여전히 이름 등재LKB앤파트너스 변호인 선임… 가격 재협상·소송 염두오너리스크까지 발목… 2분기 영업손실 212억
  •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뉴데일리DB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뉴데일리DB
    남양유업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경영권 매각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에 불참하며 노쇼 논란이 불거졌다. 여기에 홍원식 회장이 사퇴를 선언하고도, 회장식을 유지하는 등 회사 매각과 경영 쇄신 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남양유업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홍 회장의 직함은 회장, 상근 여부는 상근으로 각각 기재돼 있다. 홍 회장은 지난 5월4일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자신의 말과 달리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회사로 출근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 상태다. 올해 상반기 보수로 8억800만원을 받았다.

    홍 회장의 두 아들 역시 임원으로 복직하거나 승진했다.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물러났던 남양유업 2세 홍진석 상무가 징계 한 달 만에 복직했다. 또 차남 홍범석 남양유업 외식사업 본부장도 미등기 임원으로 승진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홍 회장은 사퇴 발표 이후 회사 관련 업무는 하지 않고 있다"며 "회사 매각 계약이 진행 중인데 종결 이후 현 임원들에 대한 일괄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상황들을 살펴보면 홍 회장의 매각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달 30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를 9월14일로 돌연 연기한 바 있다. 당초 주주총회에서 양사는 경영권 이전 안건을 상정·의결하고 주식매매대금 지급 및 주식 매각 절차를 종결할 예정이었다. 홍 회장이 임시주주총회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홍 회장은 지난 17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상호 당사자 간 거래를 종결할 준비가 미비한 상태에서 주주총회를 연기한 것일 뿐이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한앤컴퍼니와 계약 종결을 위해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입장문과 달리 홍원식 회장은 로펌 LKB앤파트너스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일각에선 홍 회장이 남양유업 경영권 매도 가격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이견이 나오는 이유다. 남양유업의 자산은 9894억원으로 이중 유형자산만 37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대주주의 사적인 거래 관계라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최근 남양유업 사태는 오너리스크가 끝까지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교롭게도 유업계는 3년만에 원유 가격 인상으로 인해 제품 가격 인상을 위한 눈치싸움을 치열하게 벌이는 중이다. 시장점유율에서 서울우유나 매일유업에 뒤처지는 남양유업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의사결정 속도에 실적이 좌우되는 민감한 시기다.

    이미 유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우유소비 감소로 인해 매출에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남양유업의 경우 불가리스 사태에 따른 불매 운동과 경영권 불안 등의 영향으로 2분기에도 21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9년 3분기부터 8분기 연속 적자다.

    한앤컴퍼니 측은 "하루빨리 주식매매계약이 이행되어 지난 2개월간 남양유업의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수립해온 경영개선계획들이 결실을 거둘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