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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 '24.4%→30%→35%'… 탄소기본법 패닉

2030 NDC 35% 이상 명시與, 정부안 30% 보다도 상향"제조업 죽으란 소리냐"… 경제계 즉각 반발

입력 2021-08-25 09:52 | 수정 2021-08-25 10:44

▲ 문 대통령의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더 늦기 전에 2050' 연설 모습. 청와대는 흑백영상이 컬러 대비 1/4 수준의 데이터를 소모한다고 설명했다.ⓒ청와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정하는 탄소중립 기본법 제정을 앞두고 산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선진국이 50~60년간 준비한 과정을 30년만에 달성하겠다는 의지만 담아 지나치게 목표치를 높게 잡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며 독려하고 있지만, 경제계는 '우리만 홀로 가야하는 길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실질적인 탄소배출 감소를 해야 하는 산업계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통행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국회는 25일 본회의를 열고 탄소중립 기본법을 의결한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 등 범여권 의원 15명이 발의한 내용을 기본으로 하는 법안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줄이도록 하는 내용이다. 기준년도인 2018년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고치에 이른 해로 7억2800만톤에 달한다.

여당인 민주당은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제출한 목표치 30%를 일방적으로 35%로 상향한 뒤 곧바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산업계 부담과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제시한 수치를 의석수로 밀어붙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수치가 아닌 35% 이상이라는 애매한 범위를 명기해 정책 입안 과정에서 추가 상향 가능성도 시사했다.

경제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무역협회 등은 이날 비공개회의를 갖고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회의에는 산업자원통상부 관계자도 초청해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은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기업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부, 국회가 일방적으로 NDC를 결정한 것"이라며 "제조업 위주 산업구조를 지닌 우리나라가 충분한 검토없이 감축목표를 상향할 경우 사회 전반에 걸쳐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하지만 25일 의결하는 탄소중립 기본법은 목표치를 35%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환경부

경제계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정부가 시시각각 목표치를 상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050 탄소중립 비전 선언을 통해 에너지·산업·수송·건물 등 각 분야별 감축 의무량을 제시했다. 당시 정한 NDC는 24.4%였다. 불과 1년도 안 돼 목표치를 43% 높인 것이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나중에 문재인 정부 이후 정부가 만들어졌을 때 '다시 NDC를 정해야겠다'고 하더라도 높은 수치로 갈 수 있지만 뒤로 갈 수는 없다"고 했다.

선진국 압박에 목표는 높게 잡았지만 실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억4300만톤으로 줄어야 하지만 목표 달성은 못할 것이 확실시 된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우리 사회는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목표치를 수정하고 법을 바꾸는데만 급급해 왔다"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지키려면 이행·점검·평가·책임 주체를 명확히 해 각 부처들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도입되지도 않은 미지의 기술을 실현가능한 것으로 가정해 목표를 잡았다는 부분은 달성 가능성을 더 어둡게 한다. 예컨대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포스코의 경우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유연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야 한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단계다. 관련 업계에서는 2040년 이후에나 확보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경총 관계자는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석탄화력 발전 축소·중단, 탄소포집·저장기술 개발을 제시하지만 실질적으로 적용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 중 36%를 차지하는 전력생산의 탄소중립 핵심인 재생에너지 계획도 점차 틀어지고 있다. 생산단가가 비싸고 판매가는 계속 하락해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한상의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112개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올해 사업실적이 연초 목표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이 46.4%에 달했다. 목표액을 달성한 것으로 본 사업자는 48.2%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2030년까지 20%로 늘리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실패할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는 64.3%에 달했다.

기업 뿐 아니라 민간에 돌아가는 타격도 예상된다. 발전부문에서 온실가스를 최소화할 수단이 현재까지 원자력 발전이 유일한데 탈원전 정책이 계속되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가까운 예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선언한 독일은 풍력, 수력, 태양광 등에 200조원 이상을 쏟아부은 결과 10년 사이 전기요금이 150% 인상됐다. 반면 전체 발전량의 75%를 원자력이 책임지는 프랑스의 경우 독일 전기요금의 절반 수준이다. 프랑스는 전력수출로만 연간 30억 유로를 벌어들인다.

이동기 한국무역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GDP 대비 수출비중이 높고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를 감안할 때 35%라는 높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수출경쟁력 및 경제성장률 제고, 일자리 창출에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며 "과도한 탄소중립 목표 설정은 기업환경을 악화시키고 해외이전을 촉발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안종현 기자 ajh@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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