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회장, ‘사전 합의’ 불이행 주장 “무리한 요구 아냐”한앤코, 계약상 근거 없는 요구 제안 주장 “남양유업에 장애”이면합의 두고 양측 입장 팽팽, 소송전 장기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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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에 남양유업 지분 매각 계약을 해제하면서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의 갈등의 중심에는 바로 ‘이면합의’가 자리하고 있다. 

    한앤코 입장에서는 홍 회장이 계약서에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홍 회장 측은 이미 당사자 간 합의가 끝났음에도 태도를 바꾸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들의 공방은 향후 소송을 통해 법원에 의해 판가름 날 전망이다.

    1일 홍 회장은 법률대리인인 LKB앤파트너스를 통해 남양유업 주식매매계약 매수 대상자였던 사모펀드 한앤코를 상대로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앤코가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홍 회장은 계약 해제와 관련 “매수자 측은 계약 체결 후 태도를 바꾸어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며 “매수자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계약 이행만을 강행하기 위해 비밀유지의무 사항들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앤코 측은 “거래종결일에 주주총회를 한마디 없이 연기하더니 오너일가 개인들을 위해 남양유업이 부담해 주기를 희망하는 무리한 사항들을 새롭게 ‘선결조건’이라 내세워 협상을 제안해왔다”고 반박하는 중이다. 

    홍 회장 측이 요구한 구체적인 사전 합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들의 공방에 비춰보면 사전 합의는 계약서에는 언급되지 않은 사실상 이면계약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앤코는 이 요구가 계약상 근거가 없고, 지분 53%를 매매하는 주체끼리 임의로 정할 수 없는 사안으로 남양유업의 사활에 장애가 갈 수 있는 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홍 회장 측은 남양유업에 장애가 될 수 있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고 쌍방 합의가 됐던 사항이라고 맞서는 중이다. 

    국내 M&A 시장에서 이런 갈등은 매우 이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천억원이 오가는 지분매매 계약 과정에서 선결 요구를 계약서에 담지 않았다는 점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를 근거로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통상 별도의 계약이라면 이면합의서라도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이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법정 공방 과정에서 홍 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도 나온다. 기본적으로 계약관계는 모두 계약서에서 기반하기 때문이다. 다만 추후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더라도 한앤코가 남양유업을 인수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변수가 많다.

    홍 회장이 사전합의를 거론하며 계약을 해지한 것이 한앤코의 귀책사유를 만들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주식매매 계약에서 일방적인 계약 파기가 불가능한 만큼 홍 회장이 계약해제권을 행사하기 위한 근거를 만들었다는 시각이다. 실제 남양유업 측은 이날 공시를 통해 계약해지 사유로 지난달 31일까지 계약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는 점을 사유로 꼽고 있다.

    홍 회장은 “계약의 내용 또한 매수인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평등한 계약이었다”며 “한앤코는 저의 곤궁한 상황을 기회로 거래종결 이전부터 남양유업의 주인행세를 하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했고 사전 약속마저 지키지 않은 채 거래를 종결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앞으로 이들의 갈등은 법원의 결정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M&A에 밝은 한 인사는 “결국 계약이 파기되는 과정에서 누가 계약을 위반했고 귀책사유를 제공했느냐가 법원의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며 “수년간 이어질 소송을 감안하면 홍 회장 측이 위약금을 제시하는 선에서 마무리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한편, 홍 회장이 계약 해제를 분명히 하면서 남양유업을 둘러싼 오너리스크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홍 회장이 남양유업의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계약을 파기했다는 추측이 지배적인 상황. 실제 홍 회장은 회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남양유업 다른 희망자에게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계약해제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경영권 매각 약속을 지키려는 저의 각오는 변함없이 매우 확고하다”며 “법적 분쟁이 정리되는 대로 즉시 매각 절차를 다시금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