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 2000년 이후 승용차 판매 비중 최저 수준차박 신드롬에 신차 라인업 RV 모델 집중반도체 부족 여파로 승용 모델 판매 비중 줄어
  • ▲ 현대차 '캐스퍼' ⓒ연합뉴스
    ▲ 현대차 '캐스퍼' ⓒ연합뉴스
    현대차와 기아의 승용차 판매 비중이 양사가 합병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차박(자동차+숙박)' 신드롬에 신차 라인업도 RV 모델에 집중되면서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5일 현대차·기아의 8월 판매 실적에 따르면 세단·해치백 등 승용 모델은 국내에서 3만 1179대가 팔렸다. 이는 양사의 전체 국내 판매 9만 2037대의 33.9%에 불과한 수치다. 반면 RV 모델은 4만 4055대가 판매되며 47.9%를 차지했다. 소형 상용차는 1만 4596대(15.9%), 대형 상용차는 2207대(2.4%)가 각각 팔렸다.

    올해 1∼8월 양사의 누적 실적으로도 승용 모델은 35만 841대(40.6%)가 팔렸고 RV 모델은 35만 8504대(41.5%), 소형 상용차 13만 3529대(15.4%), 대형 상용차 2만 1658대(2.5%)가 각각 판매됐다.

    연간 누적 판매를 기준으로 승용 모델이 RV 모델보다 적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2000년 양사 합병 이후 처음이다.

    양사 승용 모델의 올해 누적 판매 비중은 2002년(39.4%)과 2003년(38.7%)을 제외하면 역대 최저치다. 반면 RV 모델의 누적 판매 비중은 처음으로 상용차까지 포함한 전체 판매에서 40%대를 넘어섰다.

    특히 그동안 승용 모델에서 강세를 보이던 현대차가 RV 판매를 늘리면서 이 같은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달 국내 판매 5만 1034대 중 승용차는 1만 7341대, RV 모델은 2만 700대, 소형 상용차는 1만 987대, 대형 상용차는 2006대다. 승용 모델 비중은 34.0%로 7월(34.0%)에 이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RV 모델 판매량이 2개월 연속 승용 모델을 앞질렀다.

    현대차의 신차 라인업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RV 모델은 베뉴, 코나,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 등 차급별로 촘촘하게 구성됐으며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도 RV 모델이다. 조만간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 캐스퍼도 추가된다.

    반면 승용 라인업에서는 경차가 사라진 것은 물론 엑센트, i30, 아이오닉 등이 단종됐다. 대표 모델인 아반떼와 쏘나타는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G80과 그랜저가 높은 판매량을 올렸지만, 7∼8월 반도체 공급 부족과 신차 설비 공사 등으로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이 생산 조절에 들어가며 그랜저 판매도 크게 줄었다.

    기아의 경우 현대차 합병 이후 승용 모델을 강화하는 등 2010년대 중반까지 승용 모델 판매 비중을 60% 이상으로 크게 늘렸으나, 최근 다시 RV 모델 중심으로 복귀했다.

    기아의 지난달 국내 판매 4만 1003대 중 승용 모델은 1만 3838대로 33.7%에 그쳤고 RV는 2만 3355대로 57.0%를 차지했다. K5와 K8 등 최근 선보인 승용 모델 신차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전체 판매는 카니발, 쏘렌토 중심이다. 지난달에는 신형 스포티지가 기아의 베스트셀링 모델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승용 모델 판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닝과 레이 등 경차 판매는 2000대 이하로 떨어졌고 반도체 부족 여파로 K8의 판매도 주춤했다.

    지난달부터 출고가 시작된 EV6 역시 아이오닉 5처럼 RV 모델로 개발돼 향후 전기차 판매가 늘면 RV 판매 비중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