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여수 해저터널 5수 끝에 추진… B/C는 국토부도 몰라적폐라던 토건사업 집권 후반기 집중… '고무줄 예타' 지적알뜰교통카드 모바일 서비스 확대… 교통비 절감효과는 나 몰라라군인 표심 잡기?… 말년 병장 구직수당·車보험 상실수익액 현실화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내년 대통령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선심성 또는 주의환기성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사업이 가랑비에 옷 젖듯 추진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심성 공약사업 추진성과를 부각하거나 지역숙원인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중장기 사업계획에 반영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제5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2021~2025)이 수립돼 일부 사업은 올해 안에 착수한다. 이번 계획에 반영된 신규 사업 중 눈에 띄는 것은 남해∼여수 해저터널 건설사업이다. 남해 서면과 여수 상암동 간 5.93㎞를 잇는 해저터널에 6824억원이 투입된다. 이는 남해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02년부터 추진됐지만, 번번이 예타에서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미역국을 먹어 국책사업에 선정되지 못했다. 이번엔 지난 8월 열린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의 후보사업 일괄 예타 심의를 4전5기 끝에 통과했다. 국토부 설명으로는 이 사업은 4차 계획 수립 때인 지난 2016년 B/C(경제성 분석)가 0.33에 불과했다. 100원의 돈을 썼는데 그로 인해 얻는 편리함과 유익함은 33원에 그친다는 얘기다. B/C는 1.0을 넘어야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

    일각에선 이 사업이 지역경제 활성화나 관광자원화 사업으로 가치가 있다고 본다. 한 도로전문가는 "국도 77호선에 단절구간이 몇 곳 있는데 지난해 여수·목포 쪽에 사업이 시작된 게 있다. 그 일환으로 (예타를 통과한 거로) 보인다"며 "국도 77호선이 국도 7호선과 연계되면 남해안 해안을 따라 동서 방향으로 교통망이 연결된다.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문제는 국토부조차 해저터널 사업의 정확한 B/C를 모를 만큼 사업선정이 깜깜이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확한 B/C는 모른다. 예타 통과 여부만 통보받은 상태"라며 "자세한 결과보고서는 다음 달에나 받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정부의 대규모 토건사업을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복지사업을 확대하며 SOC 사업에 소홀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집권 후반부로 갈수록 고용유발 효과가 큰 토건사업을 밀어붙이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과정에서 정치공학적인 이유로 예타 면제 카드를 남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24조원 이상의 혈세가 투입되는 대규모 토건사업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라는 미명 아래 예타 면제사업으로 추진했고, 근자엔 재·보궐선거를 염두에 두고 가덕도 신공항건설을 밀어붙였다. 지난해는 '지역균형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사전타당성 조사(사타) 면제를 추진해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정부의 재정여건을 정부가 퍼주기 정책으로 악화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 ▲ 알뜰교통카드 시연하는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 알뜰교통카드 시연하는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지난 29일엔 국토부가 알뜰교통카드 모바일 서비스를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알뜰교통카드는 문 대통령의 대선 교통공약이다. 대중교통 이용 시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에 비례해 마일리지(20%)를 지급하고 카드사 추가할인(10%)을 통해 출퇴근 교통비를 최대 30% 이상 줄여주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마일리지를 혈세로 메우는 데다 현 정부에서 공교롭게도(?) 선거 때마다 여당 지지층이랄 수 있는 20·30대 여성과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추가 혜택을 주겠다고 홍보해 선거철 선심성 카드로 변질했다는 지적을 사 왔다.

    교통카드 없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만으로도 이용이 가능한 모바일 알뜰교통카드는 그동안 수도권·대전·세종·제주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서비스가 이뤄졌다. 이용자 불편 해소를 위한 서비스 확대는 바람직하다. 불편한 대목은 정부가 이 사업의 목표인 30% 교통비 절감에는 뜻밖에 둔감하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알뜰교통카드 가입자 현황은 파악하면서도 정작 정책목표인 30% 이상 교통비를 절감하는 이용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조차 못 하는 실정이다.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관계자는 "8월 말 현재 알뜰교통카드 가입자는 26만명"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중 30% 이상 교통비 절감 효과를 누리는 이용자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엔 "관련 자료가 없다. 위탁운영하는 곳에 물어봐야 한다"고 즉답을 못 했다. 사정은 사업을 위탁받은 한국교통안전공단도 매한가지다. 공단 교통조사평가처 관계자는 "(관련 자료가 없어) 새로 데이터를 뽑아봐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집권 말미인 데도 대선 공약사업의 성과 분석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방증인 셈이다.
  • ▲ 군인.ⓒ연합뉴스
    ▲ 군인.ⓒ연합뉴스
    선거·득표에 있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군인 관련 정책도 최근 쏟아진다. 국토부와 금융당국은 지난 30일 경상환자의 보험 치료비에서 본인과실에 해당하는 만큼을 환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동차보험 제도개선방안을 내놨다. 과잉진료와 지급기준 미비로 국민의 보험료 부담이 늘고 있어 이를 정비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상급병실 입원료 상한선 도입, 진단서 제출 의무화 등 사실상 규제를 도입하면서 꼭 필요한 보장은 확대해 보험의 안전망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적용하는 군인의 상실수익액 보상 현실화가 대표적이다. 현행 제도는 군복무(예정)자가 차 사고로 숨졌을 때 군복무 기간 중 병사급여(월 40만원쯤)를 상실소득액으로 인정한다. 군면제자 사망 시 근로자 일용임금(월 270만원쯤)을 기준으로 삼는 것과 달라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왔다. 앞으로는 기준이 일용근로자 급여로 통일된다. 군복무 기간의 상실수익액이 4000만원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제도의 미비점을 개선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관건은 일관성과 적용 시점이다. 군 부실급식 사태와 이를 수습하는 과정을 지켜본 국민 중 얼마나 현 정부가 군인 처우개선에 전력을 다했다고 느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지난달 전역을 두 달 앞둔 말년 병장에게까지 최대 300만원의 구직촉진수당 등을 주겠다고 밝혀 내년 3월 대선을 겨냥한 '매표행위'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군인에 대한 표심 경쟁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과정에서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제대 군인에게 3000만원씩 '사회출발자금'을 주자는 이낙연 후보의 공약에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은 "나랏돈 쓰기 대회에 나가면 메달감"이라며 포퓰리즘을 저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