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고령화에 외국인 근로자↑… '50~90%' 수준업계 "안전관리 강화 노력 불구 현장서 통솔 어려워"불합리한 처벌 사례 우려 커… "근로자 제재조항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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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건설업계가 연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건설현장 고령화에 따라 외국인 일용직 근로자 비중이 커지면서 현장 안전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불합리한 처벌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사들은 업종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법 시행 전 조속한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과 관련해 "여전히 후진적인 산업재해가 그치지 않고 있으므로 이런 일들을 예방하는 최소한의 안전 틀을 갖추자는 취지로 입법이 이뤄졌다"며 "법 시행 이전에도 이 법의 입법 취지를 현행 법체계로 살려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오는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 대상이 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처벌 수위는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의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은 50억원 이하 벌금이다.

    산업계의 거센 반대에도 지난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건설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올 초 중대재해처벌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안전관리 전담조직을 신설하거나 관련 인력을 보강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중소건설사 역시 처벌 수위에 따라 경영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자금·인력 부담에도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투자에 나서는 상황이다.

    이처럼 대다수 건설사가 자체적인 안전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건설현장 내 외국인 일용직 근로자가 크게 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대한 불안감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현장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는 노력에도 불구,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한국인 근로자와 비교해 통솔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업계에선 국내 건설현장 내 일용직 근로자 중 외국인 비중이 50~9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인 근로자의 경우 청년층의 부재로 인해 건설현장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탓이다.

    실제로 최근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가 발표한 '건설기성 및 건설기능인력 동향'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 8월 기준 50대 이상 건설근로자 비중은 58.6%로 나타났다. 반면 30대 이하는 18.3%에 그쳤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건설현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한국인 근로자 대부분은 50·60대 이상으로 채워지는 상황"이라며 "인력 충원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을 높일 수 밖에 없지만,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안전관리체계를 준수하지 않으며 일부는 안전보호구 착용 등 현장 책임자의 지시에도 응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합숙 생활 등으로 인해 단체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현장 책임자와 갈등이 발생할 경우 이들 전부가 일터에 나오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결국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노력에도 현장 근로자들의 미흡한 안전의식으로 사고가 발생한다면 기업들만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만큼 법 시행 전까지 건설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보완·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업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다는 점에 비춰 사고에 대한 명확한 인과관계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건설사의 경우 안전관리 노력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이 되면 회사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로 처벌 수위가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현장에서는 근로자 특성에 따라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근로자에 대한 제재조항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